약값 책정을 놓고 거대 해외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국내 수요자(환자), 보건복지부 등이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여 왔던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가격이 1정당(1백㎎) 2만3천45원으로 결정됐다. 또 백혈병 환자들의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을 종전 30∼50%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글리벡의 보험약가를 이같이 결정하고 다음달 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백혈병 환자들의 모임인 환우회와 시민단체인 글리벡공대위는 그러나 "이 가격으론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경우 약국마진 등으로 한 달에 3백30여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은 "이같은 대책이 없을 경우 환자들은 약품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는 인도에서 카피약을 들여와 복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글리벡과 같은 혁신적인 신약에 대해서는 주요 선진국 평균약가의 83% 수준에서 결정하는 약가 산정 기준에 따라 가격을 결정했다"며 "이는 선진국은 물론 주변 아시아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자들이 글리벡을 거의 평생 복용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본인부담률을 20%로 인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글리벡 가격 결정에 따라 한 달 약품비는 2백76만5천4백원(보험약가 기준)이 됐으며 무상공급을 감안하면 2백48만8천8백60원이 된다. 보험을 적용받는 환자는 이 가운데 20%인 49만7천7백70원을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글리벡 제조사인 한국노바티스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환자에 한해 구매물량의 10%를 계속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 글리벡 =지난 99년 8억달러를 들여 개발, 스위스 국적의 노바티스가 독점 생산하고 있는 글리벡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겐 '기적의 신약'으로 불린다. 정상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글리벡은 임상실험에서 88%의 환자가 병세 호전을 보일 정도로 효능이 입증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