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가 전세계 13억 신자를 거느린 이슬람을 종교와 문명사적 측면에서 고찰한 단행본 「이슬람문명」(창작과비평사)을 냈다. 이 책은 지난해 5월부터 올 6월까지 월간 「신동아」에 '이슬람문명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글 13편을 손질한 것이다. 다음달 11일은 미국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 발발 1주년이 된다. 출판사나 저자모두 9.11테러 1주년을 염두에 둔 출판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9.11테러 사건은 묘한 구석이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는 사건 발생직후 그 장본인으로 오사마 빈 라덴이 대표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 그룹을 지목했고,국제사회 일부의 비판이 있었음에도 오사마 및 그를 후원하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정권에 대해 보복전을 일으켰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진행되고, 그에 따라 탈레반 정권이 붕괴되고 신정권이탄생하기까지 지난 1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물론이고 한국사회에서도 '9.11테러 주범=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등식이 어느 새 흔들림없는 정답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냉철하게 분석해 보면, 9.11테러 주범이 오사마라는 정답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제시된 물증은 하나같이 미국 정부가 내놓은 것들 뿐이다. 여하튼 9.11테러 사건은 그 직접 피해당사국인 미국을 비롯해 비이슬람사회에서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는 이슬람과 관련된 단행본만 50권 가량 출판됐는데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지극히 부족함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을 내면서 정씨는 크게 두 가지에 역점을 뒀다. 하나는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쓰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 깨부수기다. 정씨는 이슬람이 "폭력과 타락의 종교로 오도"됐다고 표현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슬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철저하게 왜곡돼 있으며, 그러한 시각의 근저에는 서구 기독교사회의 이슬람에 대한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예컨대 같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 이라크의 해묵은 대립이 우리는 이슬람(종교로서의) 분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 두 나라 국민 대다수는 같은분파라는 것이다. 또 이제는 9.11테러 사건을 계기로 출판된 각종 이슬람 관련서 붐을 타고 이미많은 시각 교정이 이뤄졌으나 '한 손에는 코란, 다른 손에는 칼'은 중세 서양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가 만든 말이지, 이슬람 정신과는 상관이 없다. 마찬가지로 이슬람 사회의 전근대성, 원시성의 징표로 자주 거론되는 '일부다처제' 또한 이슬람이라는 사회의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함을 역설한다. 요컨대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여하튼 이번 책은 이슬람에 대한 개괄에서 시작해 그 탄생과 전개,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하마드와 그 경전 '꾸르안'(코란), 근본교리와 의무, 정치관과 경제관, 이슬람문명의 세계사적 의의, 생활규범과 일상생활, 오늘날의 이슬람사회를 거쳐 한국과 이슬람 관계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글로 끝맺음하고 있다. 404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