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에서 수해를 입은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한 가운데 사법부가 잇따라 공무원에 의한 관재(官災)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피해자가 수해 예방 소홀과 늑장 대처 등 공무원의 과실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할 경우 사법부가 주민 패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법조계는 수천억원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경남 수해 주민들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8일 서울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부 김희태 부장판사)가 수재민 배모씨 등 3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이유도 피해자들이 공무원의 과실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씨 등은 "서울시가 용량이 작은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바람에 주택과 점포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서울시가 사고를 예측해 조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으며 담당 공무원이 예방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증거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과거 10년간 시간당 평균 최대 강우량을 참조해 시간당 74㎜의 비를 처리할 수 있는 하수관을 설치했으나 수해 당시에는 예년 수준을 넘는 시간당 강우량 90㎜를 넘는 폭우가 내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정이 약한 지방자치단체가 예년 수준을 고려해 수해방지 시설을 갖추었으나 이를 벗어난 집중호우가 내렸으므로 배상책임이 없다"며 배씨 등의 피해를 자연재해로 간주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법 민사3단독은 지난 7일 집중호우로 하천이 넘쳐 차량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내준 제일화재해상보험이 "제때 도로 통제를 하지 않은 국가에 잘못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판결 이유는 △담당 공무원들의 과실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는 점 △당일 강우량이 최근 10년간의 시간당 최대 강우량보다 2배 이상인 점 등이었다. 김태철.부산=김태현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