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대종상 영화제 수상자 선정을 둘러싼 금품로비까지 손을 대게 된 것은 'PR비'라 불리는 앨범홍보비수사 과정에서 우연히 불거져 나온 단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의 방송출연 등을 위해 방송사 PD 등에게 관행적으로 금품을 제공해왔다는 단서가 확보됨에 따라 대형 기획사 외에 중소형 업체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조사를 벌여왔던 것. 이 과정에서 검찰은 대룡엔터테인먼트 대표 장용대(구속)씨가 PD와 스포츠지 기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포착, 확인작업을 벌이던 중 일부 대종상 심사위원들에게 두차례에 걸쳐 800만원 상당을 제공했다는 예상 밖의 진술을 얻어냈다. 장씨는 또 소속 연예인의 수상청탁과 함께 모 스포츠지 기자에게도 50만원을 건넨 혐의도 드러났다. 수상자 및 수상작 선정 과정을 둘러싸고 소문이 무성하던 주최측과 영화업계 사이의 `검은 커넥션'이 일부나마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특히 지난 58년 제정된 대종상은 국내 최고(最古)의 영화상이라고 자부하면서도 나눠먹기 관행과 주최 및 협찬사의 잦은 교체, 운영 미숙, 영화계 내부 갈등으로 제대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는 게 영화계의 평가다. 수사팀은 일단 비리혐의가 포착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이번 사건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가요계 특히 '검은 돈'의원천인 기획사 비리를 뿌리뽑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수사 과정에서 불거져나오는 비리단서는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입장을 공언해 왔다. 검찰은 장씨가 수상청탁을 한 여배우 H씨가 실제로 상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만큼 실제 금품로비가 성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조만간 소환키로 하고 신원을 확인중이다. 검찰은 돈을 받았다는 진술이 확보된 스포츠지 기자를 불러 조사했으나 이 기자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함에 따라 당시 대종상 심사위원 3-4명도 곧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수사의 핵심인 가요계 비리에 집중하면서 영화제 관련 비리 등은 구체적 단서가 확보되는 선으로 수사범위를 한정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구조적 비리의 꼬리가 잡히면 언제든지 전면수사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