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북 등 남부지방은 10일 집중호우로인해 45명이 숨지거나 다치고 4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또 낙동강 지류의 범람으로 농경지와 가옥이 침수되고 도로가 침하되는 등 엄청난 재산피해를 냈다. 각 시.도재해대책본부가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던 빗줄기가 11일 오전부터 다시 굵어질 것으로 예상돼 호우로 인한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명피해 이번 집중 호우로 부산.경남.경북에서는 이틀동안 사망 9명, 부상 35명, 실종 1명 등 4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0일 오전 7시45분께 부산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 달음산 곰내재 절개지에서 산사태가 발생, 절개지 아래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지원재단 실로암요양원을덮쳤다. 이 사고로 조수만(17)군 등 거동을 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 4명이 흙더미에 깔려숨지고 김도우(15)군 등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오전 9시30분께 양산시 원동면 연포리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서덕교(40)씨집을 덮쳐 서씨의 부인 김금화(38)씨와 딸 보문(13)양, 아들 진현(10)군 등 3명이매몰돼 숨졌다. 오전 10시30분 경남 김해시 주촌면 내상농공단지 인근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절개지 아래 열처리공장인 삼흥(주) 등 공장 10곳을 덮쳤다. 이 사고로 공장안에서 작업중이던 최창식(53.김해시 주촌면)씨 등 근로자 21명이 매몰돼 20명은 구조됐으나 이정훈(28)씨는 아직 생사가 불투명하다. 이에 앞서 오전 9시께는 경남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축사를 덮쳐 인근에서 일하던 한창섭(35)씨가 흙더미에 깔려 숨지고 아버지 상준(66)씨가 부상했다. 경북에서도 인명피해가 속출했는데 오전 8시30분 울릉군 북면 석포리 김기준(79)씨 집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흙더미가 집을 덮치면서 김씨의 부인 박옥란(75)씨가 숨지고 며느리 박미용(39)씨 등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오전 9시께는 경북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 소재 자동차 도장공장인 대송인더스트리㈜ 뒤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윤모(21.여)씨와 박모(35)씨가 무너진 공장건물 더미에 깔려 중경상을 입었다. ▲하천범람 및 침수피해 10일 오전 10시를 전후해 낙동강 삼랑진과 구포 수위가 지난 83년 관측후 최고치인 각각 9.55m(위험수위 9.0m)와 5.21m(5.0m)를 기록하면서 본류와 일부 지류에서 강물이 범람했다. 특히 낙동강 밀양 수산교 수위가 한때 위험수위(9.0m)를 훌쩍 넘은 9.5m까지상승하면서 일부 범람, 인근 지역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낙동강 지류인 양산천에서도 오전 6시30분께부터 강물이 서서히 범람하는 등 지류 10여곳에서 강물이 둑을 넘었다. 이 때문에 양산천 주변 250여가구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김해시 한림면 명동리 주민 800여명도 인근 학교와 면사무소로 대피하는 등 경남에는 지금까지 1천500여가구 4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농경지 침수피해도 엄청나 부산 북구 화명지구, 강서구 대저.염막지구, 사상구삼락지구 둔치 농경지 수백㏊가 오전 9시께 모두 물바다가 됐다. 지금까지 경남지방에서만 농경지 1천32㏊가 침수됐고, 부산에서도 경작지 669㏊,양묘장 39㏊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가옥침수, 축대나 담벼락붕괴, 도로침하, 빗길 교통사고 등의 피해도 잇따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파크맨션 뒤편 절개지가 붕괴돼 인근 주민들이 대피소동을 겪는가하면 부산 도심의 온천천 세병교와 연안교 차량통행이 이틀째 중단되는 등 부산시내12곳의 도로가 침수됐다. 특히 경전선 김해 한림정과 낙동강역 사이 철로 일부가 낙동강 지류의 범람으로유실되거나 침수돼 낮 12시부터 마산과 부산.서울을 연결하는 철도운행이 중단되고있으며 북구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새벽에 만조가 겹쳐 경남 통영시 항안동 바다마트앞 도로와 마산시 남성동어시장일대 도로와 상가가 바닷물에 잠겼으며 9일 밤에는 경남 창녕군 이방면의 양식장 2곳에서 물이 넘쳐 양식중이던 메기 23만마리와 잉어 10만마리가 논과 하천으로 떠내려갔다. 경북지방에도 포항과 울릉도를 중심으로 내린 폭우로 오전 6시30분께 울릉군 서면 남양3리 울릉도 일주도로 통구미터널 1㎞ 가량이 침수돼 인근 주민 300여명이 고립됐다. 이밖에 지난 9일 오후 경남 함안군 가야읍 남해고속도로 하행선 내리막길에서마산쪽으로 달리던 트레일러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승용차와 충돌, 트레일러 운전자 김모(58)씨가 숨지는 등 수십건의 빗길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낙동강 및 기상상황 10일 오전 최고조에 달했던 낙동강 수계 진동.삼랑진.구포수위가 홍수경보속에오후 3시 간조시간대를 전후해 조금씩 낮아져 본류의 대규모 범람위기를 일단 넘겼다. 그러나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후 늦게나 11일 오전부터 추가 강우가 예상되면서 상류로부터의 빗물의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홍수경보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행인 것은 낙동강 상류 안동댐과 임하댐 수위가 제한수위인 160.0m와 161.7m에 훨씬 못미치면서 모든 수문을 닫고 있어 강하류 수위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고있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 낙동강하구언에서도 수문 10개를 모두 개방해 1초당 8천t의 강물을 강제로 바다로 빼내고 있어 하류지역 침수확산을 막는데 일조하고 있다. 부산지방기상청은 남서해상에서 강한 비구름대가 접근하면서 경남 서부지방으로부터 다시 강우가 시작됐다면서 오후 8시를 기해 부산과 경남.북도에 호우주의보를발령했다. 또 부산 앞바다에도 오후 8시30분부로 폭풍주의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이번 비는 50~100㎜, 많은 곳은 150㎜이상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재해방송에 귀기울이며 수방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전국=연합뉴스) 박창수기자 swi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