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과 환희,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 한국 축구의 성지 인천이 16강 열풍에 휩싸였다. 영국에서 시작된 근대축구가 1882년 인천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도입된 축복받은 약속의 땅 인천에서 14일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문학경기장은 물론시내 곳곳에서 대형 화면을 통해 한국-포르투갈전을 지켜보던 응원단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시내 곳곳에는 태극기와 붉은색 물결이 출렁였으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는 하늘을 진동했다. ◇거리표정 = 인천시청 광장, 월미도 문화의 거리 등을 가득 메운 15만명의 시민들은 승리가 확정되자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문학경기장과 인접한 문학플라자 일대는 인도와 차도 구분없이 붉은 물결을 이루며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밤하늘을 수놓는 축포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오 필승 코리아'음악 반주에 맞춰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는 모습은 대형 콘서트장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문학플라자 옆 교통공원 사거리는 야외 응원을 벌인 축구팬, 경기 관람을 마치고 나온 시민들이 합류하며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도는가 하면 친구의 어깨에 올라타 태극기를 흔들며 승리를 만끽했다. 얼굴에 태극기 페인팅을 한 어린 소녀, 손에 태극기를 든 주부, 태극기를 온 몸에 두른 붉은악마. 시내 전체를 태극기로 뒤덮은 260만 인천시민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천수.김남일.최태욱 선수를 배출한 부평고등학교와 인하대.인천대 주변도 환호 인파로 북적였으며 차량들도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송도유원지, 월미도 문화의 거리 등에는 맥주 파티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응원전 = 인천시청 광장, 문학플라자, 연수 문화공원 등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곳에는 서로 약속이나 한듯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시민 4만여명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붉은색 바지를 입은 4∼6살의 유치원생 60여명은 선생님의 선창에 따라 '대∼한민국'을 따라 부르며 길거리 응원에 합세했으며, 사찰과 교회에서는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이날 한국-포르투갈 입장권을 가진 축구팬 1천명에게 도시락을 제공했으며 문학경기장 주변 곳곳에는 인천지역 165개 초.중고교생들이 직접 제작한 16강 기원 현수막이 걸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사납금 철폐 등을 요구하며 22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택시노조 인천지부 조합원들도 인천시청 광장을 찾아 응원대열에 합류했다. 신포동과 주안역 주변 유흥업소와 호프집에서는 16강 진출을 축하하는 뜻으로술값을 30∼50% 내려 받거나 테이블마다 양주 1병을 무료로 제공해 손님들로 가득찼다. ◇교통 및 안전대책 = 인천터미널은 붉은악마를 비롯한 전국의 축구팬이 대거 몰림에 따라 고속.시외버스를 연장 및 증편 운행했다. 인천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 6개노선(대전.광주.부산.목포.대구.전주) 중오후 10시 30분 이후에는 없던 대구와 목포는 각 2회, 부산.대전.전주는 각 1회 증편하고 오후 11시가 막차인 광주 방면은 1회에서 4회로 늘려 귀가를 도왔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기장 내.외곽에 모두 3천200명의 경비병력을 배치했다. (인천=연합뉴스) 이복한기자 bh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