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중항쟁의 배후로 지목된 미국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실질적 책임자들을 심판하는 '5.18 시민법정'이 18일 오후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인권단체 대표, 5월 단체 회원, 시민과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법정은 개정선언, 피고인 인정신문, 기소 요지 진술, 변호인 모두 진술, 피고인 신문, 증거 설명, 증인신문, 논고, 변론, 배심원 평결, 판결선고, 폐정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5.18시민법정 헌장에 따라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죄, 집단살해죄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은 80년 당시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 리처드 훌부르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위컴 한미 연합사령관, 글라이스틴 주한 미대사 등 모두 8명이다. 법정 구성은 재판부 3인을 비롯, 검사단 3인, 변호인단 2인, 배심원 20인, 서기단 2인 등으로 이뤄졌으며 당시 미국인 공수부대원과 5.18전문연구가, 희생자 유족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재판장은 옷로비 사건의 특별검사였던 최병모 변호사가 맡았고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오종렬의장과 김윤자 민주사회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이 시민판사로 참여했다. 검사단은 수석검사로 심재환 변호사와 시민검사로 손미희 반미여성회집행위원장등 2명으로 이뤄졌고 문정현 신부를 단장으로 한 20여명이 배심원단을 비롯 증인으로 채택된 국제민주법률가 협회 유엔상주대표인 르녹스 하인즈, 국제행동센터 브라이언 베커 의장 등도 이날 자리를 함께 했다. 검사단은 기소장에서 "한국민의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기로 신군부와 뜻을 같이해 광주시민을 학살한 책임자들과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광주학살의 진실을 은폐한 미국을 기소, 민족자존을 회복하고 자주권을 다시 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증언 청취에서는 80년 5월 주한미군이 광주사태가 악화될 것에 대비해 폭동진압훈련을 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었다. 80년 1-12월 경기 포천군 주한미군 험프리 공군기지에서 공병대 상사로 근무했던 앨런 바필드(여.48.미국 볼티모어)씨는 5.18시민법정에 보낸 비디오 테이프와 편지에서 "광주항쟁이 시작되자 주한미군 4만여명이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으며 폭동진압훈련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폭동진압훈련은 일반 시민이 대상이었고 당시 내가 근무했던 부대로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광주에서 사망한 시민은 2천500명이나 됐다"며 "광주의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로 미군이 투입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증언은 `카터 행정부가 당시 군을 동원하려는 전두환씨의 위협에 상당히놀랐으며 공수부대를 광주에 파견한다는 사실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미국 정부의1989년 공식발표와 상반돼 주목된다. 시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재판은 재판장의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선언과 미국에 대한 군사작전권 반환 등의 권고를 끝으로 폐정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