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검찰 소환이 통보된 13일 오후 11시께(한국시간 14일 오후 3시) 팔로스버디스 김홍걸씨 집은 보안등만이 켜진 채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2층짜리 집안에는 사람이 없는 듯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굳게 닫힌 철제문 앞 인도에는 홍걸씨 집에서 나온 듯한 검은색 대형 쓰레기통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쓰레기통은 음식물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검정 비닐 봉지와 조그만 상자 등으로 가득차 있어 누군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오후 1시쯤 기자가 왔을 때만해도 쓰레기통은 없었다. 오후와 마찬가지로 밤에도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봤으나 응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밤 11시20분께 4oo-2xx 번호판을 단 산타페 승용차 한대가 기자 차와 홍걸씨 집앞 차도에서 마주치자 무슨 낌새를 차린 듯이 내뺐다. 30-40대 한인으로 보이는 이 운전자는 몇분뒤 다시 홍걸씨 집쪽으로 오다가 기자 차가 여전히 있는 것을 보고는 큰 도로로 달아났다가 오후 11시20분께 다시 홍걸씨 집쪽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잠시후 다시 홍걸씨 집에 와보니 산타페는 온데간데 없고 홍걸씨 집 철제문 앞 도로에는 흙길을 달려온 듯한 차바퀴 자국만이 선명히 여러개 나 있었다. 특이한 점은 기자가 이 차가 오기전에 홍걸씨 집 앞 쓰레기통 뚜껑 2개가 철제문 입구에 걸쳐 있어 한쪽으로 치워놓았는데 이 차가가 홍걸씨 집 부근에서 사라진 뒤 뚜껑이 덮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뚜껑을 덮었음이 분명하다. 철제문에서 집안으로 통하는 쪽문 사이의 공간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넣으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차안에서 마주쳤을 때 언뜻 본 인상으로는 셔츠 차람에 안경을 쓰지 않은 이 운전자가 홍걸씨는 아닌 듯했다. 홍걸씨가 귀국길에 오르기 전이나 오른 후에 급히 심부름을 온 사람이거나 부인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들른 친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누가 무엇 때문에 기자 차를 보고 두번이나 내뺐는지는 석연치 않다. 홍걸씨를 공항으로 바래다주기 위해 왔다가 기자에게 노출될까봐 세 차례나 차를 모는 수고를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홍걸씨 집에서 아래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중국계 여자는 "여기는 사유지이므로 함부로 사진을 찍거나 얼쩡거리면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 여자는 최근 한국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왔다간 것도 알고 있었다. 0...홍걸씨가 LA를 떠났는지는 14일 오전 2시30분(한국시간 오후 6시30)까지도확인되지 않고 있다. 적어도 LA발 인천행 13일 오후 12시30분 이륙 대한항공기나 오후 1시30분 이륙 아시아나기, 14일 0시30분 이륙 대한항공 여객기 예약자 명단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검찰이 통보한 소환일자 15일 오후(한국시간)에 맞추려면 홍걸씨는 13일 또는 14일 외국항공기를 이용, 이미 귀국길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선도 샌프란시스코와 도쿄 등을 경유해 인천이나 부산으로 가는 것을 택했을 수도 있다. 청와대가 홍걸씨의 귀국 모습을 비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면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LA공항에서 국적기를 타기보다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등지에서 외국항공기를 타고 귀국하는 편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걸씨 측근에서는 외국항공기에 의한 경유노선을 조언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현재로선 홍걸씨의 귀국 과정과 서울 도착여부가 청와대 공식발표나 검찰 출두로 만 확인될 것같다. 측근들은 요 며칠새 아예 휴대폰을 아예 꺼놓거나 메시지를 남겨도 일절 답신을 주지 않고 있다. 귀국 준비부터는 자신들의 손을 떠났다는 말도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