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당시 미군이 충북 영동군 노근리외에도 낙동강, 포항, 마산 등지에서도 양민학살 사건이 있었다는 영국 BBC방송 보도이후 전국 각지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은용 노근리 대책위원장(79)은 2일 "BBC의 보도는 1년여 간에 걸친 한.미 합동조사와 공동발표문이 미국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축소.왜곡된 것임을 입증했으며 미국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공개했다"고 분개했다. 그는 또 "죄없는 민간인을 무참히 학살하고도 이를 왜곡.조작하기에 급급했던 미국이 과연 인권국가인지를 되묻고 싶다"며 "미국은 이제라도 사건을 은폐.축소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구도(47) 대변인도 "당사자인 한.미 양국이 아닌 제3국의 공영방송에 의해 사건의 실체가 객관적으로 파헤쳐졌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며 "이번 보도를 계기로 지난 50여년간 왜곡된 역사가 진실에 기초해 재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고 자신도 얼굴에 관통상을 입은 정구학(60)씨는 "미국은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것도 모자라 지난 50여년간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농락해 왔다"며 "이번 보도를 계기로 사건의 실체가 하나 둘 드러나는 만큼 이제는 역사 앞에 사죄하고 사건의 실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여남동 미해군 함포사격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위원장 최일출.70)는 "한국전쟁 당시 영일만에 정박중이던 미 해군의 함포사격으로 주민과 피난민 100여명이 떼죽음을 당했으나 지금까지 형식적인 현장조사만 실시했을 뿐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면서 "다음주 중으로 지역 사회단체와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한.미양국정부에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99년 노근리 사건이 밝혀진 직후 여남동 희생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자체와 정부에 수차례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국의 무관심을 비난하고 "외국 언론을 통해 미군의 민간인 학살이 전세계에알려진 것을 계기로 한.미 양국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지역 유족 및 시민단체들도 BBC방송 이후 미국과 우리나라 정부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국전쟁중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경남도대책위원회 조현기 집행위원장은 "역사의 진실은 아무리 묻으려 해도 언제가는 누군가에 의해 반드시 밝혀진다"며 "미국정부는 한국전쟁 당시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한 사실을 인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도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자료들을 전면 공개하고 국회와 유족회, 인권단체, 학계 등이 참여하는 진상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는 한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통합 특별법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 금정굴 양민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BBC 방송을 통해 공개된 내용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양민학살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한국군과 경찰, 우익단체 등의 민간인 학살도 많았다"며 "전체적인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특히 "고양 금정굴 양민학살 사건도 경찰과 우익단체가 저지른 것 중하나"라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조기제정을 통해서만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미국- 민간인 학살 사죄 및 배상 ▲언론- 학살의 실상 취재 보도 ▲정부- 민간인 학살 진상 조사 ▲국회- 특별법 조기 제정 ▲고양시 및 시의회, 경기도 및 도의회- 위령사업 즉각 실시 등을 요구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이윤조.김영만.김정섭기자 kim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