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사시7회) 부산고검장이 18일 검찰 복직 5개월만에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67년 서울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임용된 후 변호사와 군법무관 시절, 면직처분에 따른 복직투쟁 기간을 제외하면 꼬박 30년을 검찰에 몸바친 셈이다. 신승남 검찰총장의 중도하차로 후임 총장 문제가 불거졌을 때 ''구원투수''로 하마평에도 올랐으나 정작 본인은 "복귀했을때도 총장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잘라 말한 뒤, "신임 이명재총장이 인품이나 능력면에서 탁월한 분인 만큼 검찰이 처한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주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한사람만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벅찬 일이 많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심 고검장은 대검 중수부장이던 97년 한보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구속하는 등 5공비리, 오대양 집단 변사사건, 김태촌씨 구속 등각종 대형 사건을 강단있게 처리, 각광을 받았다.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그는 98년말 대전 법조비리 당시 김태정 총장 등 수뇌부로부터 이종기 변호사의 술접대를 받았다는 이유로 사퇴압력을 받자 "검찰의 위기는 정치지향적인 검찰수뇌부에서 비롯됐다"며 수뇌부 동반퇴진을 요구했으나 항명으로 비춰져 99년 2월3일 면직됐다. 그는 당시 "검찰의 위기는 정치검사가 남긴 업보"라는 말과 함께 검찰을 떠났으며, 그의 말에 공감한 일선 평검사들은 곧바로 항명파동에 돌입했다. 이후 명예회복을 위해 법정투쟁에 나선 심 고검장은 2년7개월여만인 작년 8월 대법원에서 복직판결을 받아낸 뒤 "후배들에게 검사 신분보장의 상징으로 남겠다"며 무보직 고검장으로 검찰에 복귀했다. 그러나 작년 9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검찰간부들이 잇따라 옷을 벗고 각종 게이트 재수사로 추락하는 검찰의 위상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심 고검장은 `이게이트'' 재수사 당시 신승남 총장으로부터 검찰내 이씨 비호세력을 조사하는 특별감찰본부장직을 제의받았으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고사했다. 무보직 고검장 시절 특별수사검찰청 신설방안 등 2건의 연구과제를 맡아 검찰개혁 방안을 구상하기도 한 심고검장은 "퇴직후 당분간은 아무일도 하지않고 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