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시행된지 1년 이상이 지났지만 의원 3곳 가운데 2곳꼴로 가벼운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등 의약품 오남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강연대는 지난 7월26일부터 8월7일까지 서울시내 의원 149곳과 약국 100곳을 대상으로 처방.조제 행태를 조사한 결과, 경미한 콧물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한 148개 의원 가운데 64.9%(96곳)가 항생제를, 91.9%(136곳)는 소화제를 각각 처방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의원 8곳(5.4%)은 감기치료 효과가 없고 오히려 해로울 수 있는 스테로이드제제(부신피질호르몬제)을 처방했다고 건강연대는 덧붙였다. 조사대상 의원들이 감기환자에게 처방한 약품수는 최소 2개에서 최대 8개까지 모두 779개(평균 5.22개)였고, 투약일수는 최소 1일에서 최대 5일까지 평균 2.24일이었다고 건강연대는 설명했다. 건강연대는 또 조사대상 의원의 51%가 주사를 맞으라고 권유했고, 14.2%는 특정 날짜를 지정해 재진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현행 법규상 의무사항인 처방전 2장 발급을 스스로 지킨 의원은 전체의 17.6%에 불과했고, 54.7%는 환자가 요구해도 처방전을 1장만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의 경우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항생제)을 요구한 것에 대해 53%는 의료기관 방문을 권유했으나 5%는 환자의 요구대로 항생제를 판매했고, 문진을 한 약국은 전체의 22%에 불과했다고 건강연대는 밝혔다. 건강연대 관계자는 "약국의 항생제 불법판매나 임의조제 등은 크게 감소해 의약분업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그러나 불필요한 항생제와소화제 처방을 줄이고 처방전 2장 발급률을 높이기 위해 행정지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대상 의원들을 진료과목별로 보면 일반 48곳, 내과 51곳, 가정의학과 50곳이었다. 또 모니터 요원들이 가벼운 감기증상을 표준증상으로 정해 의원별 처방행태를 파악했으며, 약국에서는 `어머니가 목이 많이 부었으니 마이신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건강연대측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