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아이스카빙 기원은 신라 지증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라상 올릴때 음식에 띄우는 얼음을 조각하면서부터였다고 하니 그 역사가 1천년이 넘는다. 그러나 활동 영역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역사에 비해 아이스카버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얼음 조각가는 80여명 정도. 최근들어 각종 축하연에 얼음조각이 빠질 수 없는 장식물로 인식되면서 얼음 조각가는 늘고 있는 추세다. 힐튼 호텔 아트룸의 문영길(40) 실장은 특급호텔계에 몇 안되는 고참 아이스카버. 일이 워낙 고된지라 현장에서 뛰는 40대 경력자가 몇명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6년에 아이스카빙을 시작한 후 1996년 서울국제요리경연대회 대상을 비롯해 1995년 50여개국이 참가한 일본 삿포로 세계빙조각경연대회 3등, 1997년 세계 눈조각 경연대회 가작 수상 등 다채로운 경력을 쌓았다. 호텔롯데에서는 19년 경력을 가진 한태석(40) 계장이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로 꼽힌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던중 실습생으로 아이스카빙을 처음 경험하고는 그 매력에 빠져 아예 평생직업으로 결정해 버렸다. 그는 1994년 제1회 전국얼음조각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고 다음해인 1995년에는 한국 대표로 중국에서 열린 세계대회에 나가 3위에 올랐다. JW메리어트호텔 이인경(32)씨 역시 경원대 환경조각과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로 처음 접해 본 얼음조각을 못잊어 다시 돌아온 경우다. 졸업 후 광고디자인을 하다가 다시 호텔 아트룸으로 돌아왔다. 하루에 평균 8~10개의 작품을 조각하는 이씨는 2000년 국제요리축제의 얼음 조각 부문에 출전, "여인상"으로 예술상을 받았다. 르네상스 서울 호텔의 최길호(32)씨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최첨단 시대의 총아라 불리는 컴퓨터와의 인연을 끊고 우악스런 전기톱을 들었다.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후 광고회사 디자이너를 거쳐 애니메이션 일을 하던 중 은빛 얼음백조에 홀려(?) 과감히 전직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컴퓨터 그래픽과 아이스카빙을 접목시킨 멋진 홀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호텔 아미가 아이스카빙 담당자 김상용(31)씨는 얼음저장업체인 정우양행 아트룸 출신. 미란다호텔 로얄호텔 리베라호텔 등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아미가 호텔에 재직 중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국제요리페스티벌 아이스카빙 개인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서울프라자호텔 조경훈(29)씨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아이스카버로 변신했다. 경력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서울국제요리축제에서 동상을 차지하는 등 장래가 촉망된다. 이밖에 호텔홀리데이인서울의 정연선(31)씨는 식품영양학과 출신으로 조리와 아이스카빙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2001 서울국제요리축제 얼음조각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