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계에도 "스타군단"이 있다. 빼어난 기술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작품에 생명력을 입히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주역들이다. 특수분장가로 명성높은 윤예령(35)씨는 한국영화계 특수분장의 1세대로 꼽히는 홍일점. 국내 특수분장의 이정표를 세운 "은행나무 침대"를 비롯해 "쉬리" "단적비연수" "퇴마록" "자귀모"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윤씨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 TV드라마 "사모곡"이나 영화 "우담바라" "구로 아리랑"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출신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대학졸업후 89년 연기를 전공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분장공부로 방향을 전환했다. 미국 TV에서 호러물이나 SF물들을 상당수 방영하는 것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당시만 해도 한국영화엔 특수분장이 전무한 실정이었지만 영화 장르나 내용이 다양해지면 전망도 밝으리라는게 그의 판단이었다. 93년 한국에 돌아온 후 국내 최초로 분장학원을 인가받으며 발판을 닦은 윤씨는 남성들이 주름잡던 분장계에서 "은행나무 침대"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후 업계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현재 김상진 감독의 신작 "신라의 달밤" 작업에 참여중. 신재호(34)씨도 주목받는 특수분장가다. 감독지망생이었던 그는 한국 분장사의 1세대인 고(故) 전예출씨 밑에서 분장과 연을 맺었다. 팀의 막내로 어깨너머로 분장을 익히고 밤에는 일어와 영어를 공부해 가며 외국 전문서적들을 독학으로 익혔다. 92년 "팔도 사나이"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가 이후 영화 "조용한 가족" "텔미썸딩" "해피 엔드" "춘향뎐" "리베라메" "공동경비구역" 등에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텔미썸딩"에서 선보인 신체소품들은 작품을 흥행시킨 주요 공신으로 평가받았다. "건축무한 육각면체의 비밀" 등에서 미니어처 기술에도 일가견을 과시한 그는 독보적인 분장기술을 바탕으로 특수분장업체 "메이지"를 운영중이다. 현재 김성수 감독의 "무사",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 등을 맡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 출신 김성문(38)씨는 박철수 감독의 영화 "301.302"에서 주연배우인 방은진씨가 폭식으로 몸무게가 70kg까지 불어나면서 뚱뚱해진 얼굴을 감쪽같이 만들어내 감탄을 샀다. "301.302"로 그는 그해 춘사영화제에서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기술부문 특수분장상을 탔다. 안재욱을 "여장남자"로 변모시켜 주목받은 "찜"도 그의 작품. "구미호" "삼인조" "싸이렌" "휴머니스트" 등도 작업했다. "잘한 특수분장일수록 눈에 띄지 않는다"는 그는 "미술적 센스와 꼼꼼한 관찰력, 지구력과 창조적 발상이 중요한 자질"이라고 조언한다. 일반 분장계에서는 "결혼 이야기"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 등에 참여한 김선진씨, "비트" "8월의 크리스마스" "시월애" 등을 작업한 이경자씨 등이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초일류 분장사들은 훌륭한 분장사의 조건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첫 손에 꼽는다. 배우와 살을 맞대며 일하는 작업의 특성상 외모와 내면을 함께 조화롭게 창조하려면 상대방과 온전히 마음과 호흡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 유연하고 원만한 인간관계가 필수라는 얘기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