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간의 대화가 재개돼 한가지 불안은 덜게 됐다.

그러나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정부는 ''사과''하고 경찰은 ''유감''을 표시하고 국회는 법을 개정키로 하고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입법·사법·행정이 모두 의권(醫權)앞에 ''백기''를 들어버린 꼴이다.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면서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고 잘못된 의료체계 때문에 의사들이 환자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며 ''사과''했다.

''공식 사과''가 아니고 ''유감 표명''이라고 강변했지만 그게 그거다.

서울경찰청장은 의·정간 공식대화가 시작되면 지난 8월12일 연세대에서 열렸던 의료계 집회의 강경진압에 대한 ''유감''을 표명할 예정이다.

검찰은 구속됐거나 수배중인 의료계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철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월말 국회파행의 와중에서도 의·약계의 합의로 만들었던 법률까지도 고칠 예정이다.

임의조제나 대체조제와 관련된 부분 등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들린 뒷얘기는 더욱 아연실색하게 한다.

의료계는 협상에 애가 단 정부측에 3가지 대화조건을 제시해 관철시켰다고 한다.

△복지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하되 △기자회견문을 의료계에 먼저 보여주고 △회견문에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그러나''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제대로 진료를 받지도 못하면서 치료비는 더 내고 약이 없어 속을 끓인 환자들의 입장에선 정부의 행태에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이럴 바엔 진작에 사과하고 법을 바꾸었더라면 치료라도 제대로 받았을 것"이라는 불평이 나올만도 하다.

더구나 협상 진전에 따라 앞으로 돈을 얼마나 더 내야 할지 모를 상황이니 ''옛날로 돌아가자''는 말이 공연한 트집이 아니다.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주창하는 시민단체에 요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한다.

환자들의 가슴에 맺힌 멍을 정부가 풀어주긴 글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결과가 아닐수 없다.

김도경 사회부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