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보증인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증계약을 맺었다면 보증인은 채무자를 대신해 빚을 갚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지창권 대법관)는 7일 채권자 정모씨가 채무자 임모씨의 보증인 이모씨를 상대로 낸 보증채무금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피고는 보증채무를 변제하라"는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채무액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원고에게 보증을 서겠다고 했으나 나중에 보증채무금이 1억5천만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보증의사를 철회했다"며 "이럴 경우 보증의사를 확정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보증계약이 성립하려면 채권자가 보증인 본인이 발급받은 인감증명서를 받거나 전화 등 가능한 수단을 이용해 보증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원고가 이런 확인절차를 게을리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지난97년 5월 이씨를 보증인으로 내세운 임씨에게 돈을 빌려줬었다.

그러나 돈을 빌린 임씨가 갚지 못하게 되면서 정씨는 보증을 선 이씨에게 변제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이씨는 "보증채무액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보증의사를 철회했다"며 이에 응하지 않자 정씨는 소송을 냈었다.

<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