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형 박사 약력 ]

<>34년 대구
<>53년 대구 경북고 졸업
<>59년 경북대학교 의대 졸업
<>69년 미국 이스턴 주립병원 스태프
<>75년 경북의대 정신과 교수
<>76~현재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부장
<>성균관 대학교 의대교수, 서울의대 외래교수,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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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수해까지 겹쳐 "우리 코가 석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터키재앙 때 보여 준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명색이 국가간의 원조인데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는 성의는 보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터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는 이시형 박사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는 이 모임을 결성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양식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라는 얘기다.

지난 8월17일 터키 북서부지역에"금세기 최대 재앙"으로 기록될 만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터키정부는 이 지진으로 1만여명이 죽고 3만4천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계 각국은 비보를 듣자마자 발빠르게 움직였다.

정부차원의 구조대책을 마련하고 즉각 구조대와 소방대, 의료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재앙엔 남이 따로 없었다.

반면 우리정부는 지진발생 이틀 뒤에야 지원금 7만달러(약 8천5백만원)를
보냈다.

이 때는 이미 각국의 구조대가 건물더미 속에서 신음하는 생존자들을 구하는
데 구슬땀을 흘리던 시점.

20일께 파견된 구조단(17명)은 한 명의 생존자도 구출하지 못한 채 시체만
발굴하다 돌아 왔다.

결국 면피용 지원과 늑장행정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셈이다.

이 박사는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대(1만4천9백
36명)를 파병했고 냉전시대에도 끝까지 우리 편을 들어 줬던 유일한 국가"
라며 "최소한 우리가 받은 만큼은 갚아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 박사를 포함해 경제 문화 등 각계 인사 40명은 이런 취지에서 "터키의
아픔을 생각하는 사람들" 모임을 결성했다.

이 박사는 "이 모임은 앞으로 지진으로 살아 남은 부상자와 그 가족의
재활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터키가 당하는
고통을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재앙으로 생각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모임은 내달 2일을 "터키의 날"로 선포하고 본격 활동에 돌입한다.

"터키의 아픔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날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분수
광장에서 바자회를 열어 기금을 만든다.

재원을 조성하기 위한 다른 다양한 "터키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박사는 "현재 터키는 지진 피해자들의 재활을 도울 인력이 절실하다"며
자원봉사 지원을 촉구했다.

이 모임은 이를 위해 전산정보통신팀을 결성, 홈페이지를 만들어 대국민
홍보작업에 나서 네티즌을 상대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박사는 "지금 우리는 울타리가 따로 없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며
"거창한 인류애가 아니라도 지구촌시대의 한 식구로써 아픔을 같이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