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에서 발생한 방사성 동위원소도난사건은 이 병원
의사가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을 이용, 변심한 애인에게 복수하려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노원경찰서는 사건발생 이틀만인 11일 오전
원자력병원 내과 레지던트 최택희씨(32.서울 중랑구 묵동)로부터 "변심한
애인을 죽이기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훔쳤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12일중 최씨에 대해 살인미수와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경찰 조사결과 최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내연의 관계를 맺어온 같은 병원
전직간호사 안모씨(34.여)에게 "남편과 이혼하고 나와 결혼해 달라"요구했
으나 거절당하자 안씨를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지난 9일 오전 2시께 원자력 병원 지하 1층 방사성 동위원소 저장실
자물쇠 고리를 쇠톱으로 자르고 침입, 미리 준비한 보라색 보자기에 세슘
17개, 이리듐 2백92개, 주입기구인 어플리케이터 6세트를 쓸어 담았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병원을 빠져 나온 뒤 자신의 티코 승용차를 타고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안씨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해 안씨의 소나타 승용차 문을 미리
복사해둔 열쇠로열고 운전석 밑과 운전석 뒷주머니에 세슘 등을 감췄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지난달 24일 안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병원앞 철물점에서 망치
칼 등을 구입해 자신의 승용차에 싣고 다니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내가 아내와 이혼하면 안씨도 이혼한 뒤 나와 결합하기로 약속했
었다"며 "나는 지난 3월 이혼을 했지만 안씨는 약속을 어기고 나를 피해다녀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이심기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