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순 서울시장의 수돗물사용을 홍보하는 TV광고를 녹화했다.

이 무렵 조건호 경기 웅진군수는 서울 신도림역까지 진출, "금년
휴가에는 백령도로 오세요"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출근길 서울 사람들에게
관광홍보를 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이런 모습들은 수년전 산업계에 일었던 사장들의
광고출연붐을 연상케 한다.

지자체 세일즈, 이른바 "시티마케팅" (City Marketing)이야말로 1년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후 달라진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다.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시티마케팅의 현주소를 시리즈로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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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21세기 얼굴을 찾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시 거리홍보단
40명은 이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민들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서울시의 CI(City Identity ; 도시 이미지통합) 작업에 시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였다.

서울시는 CI의 일환으로 7월 중순까지 심볼마크(휘장)와 슬로건을
공모키로 했다.

또 오는 10월28일 시민의날에 심볼마크와 색채 서체(로고타입) 등을
발표하고 배지 표지판 서식 등에 응용해나갈 계획이다.

서울을 상징하는 심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그라미를 8개의 톱니바퀴(산)가 둘러싸고 있는 기존 심볼은
21세기 비전을 담고있지 않을 뿐더러 "청소차" "일제" 등 관치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만 연상시킨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는 "서울"이라는 상품을 포장할 산뜻한 새 포장지를
개발키로 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잘 포장되지 않고는 고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제값을 받지도 못한다.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외부에 서울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새 포장지가 필요해진 것이다.

서울만이 아니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CI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네 새 얼굴을 찾아 나서고 있다.

자치단체로는 선구적으로 CI를 도입한 부천시에는 최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군산시, 서울 서초구, 인천 남구 등이 어떻게 하면
CI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부천시는 지난 91년 복숭아골(소사)의 옛 명성을 살려 복숭아꽃잎
모양의 분홍색 심볼마크를 개발, 각종 표지판이나 서류에 사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기존 심볼마크가 시대에 맞지
않다고 판단, 계명대 예술문화연구소에 팔공산과 낙동강을 주제로
하는 새 심볼 개발을 의뢰했다.

또 시민들의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독특한 모양의 모자를 만들어
걷기대회 나무심기대회 등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서울 도봉구는 현상공모를 통해 지난 4월 도봉산과 푸른 하늘을
연상시키는 심볼을 채택,깃발 게시판 배지 현수막 등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도봉구를 비롯, 광진구 강남구 중구 등 서울 8개 자치구의 심볼을
만든 엑스포디자인연구소의 정석원씨(37)는 "최근에는 강원도 영월군이
심볼마크를 만들기로 하는 등 CI 바람이 군단위까지 번지고 있다"고
말한다.

CI는 90년대 접어들어 국내 산업계에 확산된 기업이미지통일(Corporate
Identity)을 응용한 것이다.

기업들은 자사를 상징하는 심벌마크나 색채 서체 등 통일된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자사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사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며
궁극적으로 매출증대를 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CI는 소속원에게 자긍심과 참여의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는 기업의 CI와 유사하다.

그러나 매출증대 대신 정책효율제고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지자체들도 CI를 통해 약간의 재정수입 증대를 꾀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산물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CI 도입에 성공하려면 비전과 이념을 시각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