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선 역전세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월세가 주택 매입비용을 역전한 곳이 생겨나고 있다. 집값보다 월세가 더 가파르게 올라 대출을 끼고 주택을 살 때 드는 비용보다 월세가 더 많이 드는 이른바 '역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미국 내 50개 대도시 중 디트로이트와 휴스턴,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등 4개 도시에서 월 임차료가 대출 이자 등 주택 매입 비용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선 일반적으로 집을 사면 대출 원리금과 각종 집 관리비가 월 임차료보다 25% 가량 비싼데 4개 도시에선 월세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기준 주택 가치와 평균 대출 금리 6.5%를 적용해 추산한 결과다.

특히 디트로이트에선 임차료가 매입 비용보다 더 비싼 주택이 전체 물량의 80%에 달했다. 이 지역에서 집을 매입할 때 드는 월 모기지 상환금은 월 임차료보다 평균 24% 낮았다.

구체적으로 대출금 원리금 중간값은 월 1296달러(약 169만 원)였다. 이에 비해 월 임차료 중간값은 1697달러로 추산돼 그 격차가 월 401달러로 가장 컸다. 필라델피아가 그 뒤를 이었고 클리블랜드, 휴스턴 순이었다.

반면에 주택 가격이 비싼 새너제이의 주택 매입 비용은 임차료의 2배 수준이었다. 새너제이 주택 소유주들은 월 평균 원리금으로 1만1049달러를 갚아야 하는 반면 이 지역의 월 렌트비는 평균 4176달러였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애너하임, 시애틀 등의 주택 매입 비용도 렌트비보다 비쌌다.

레드핀은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굳이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매입하려는 의지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