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고 나면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까 일단 청약부터 넣고 보세요.”

"로또 분양은 옛말"…하락장서 힘 못쓰는 '분상제'
지난해까지 아파트 모델하우스 청약 상담창구에서는 이런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었다. 이른바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후에 고민한다는 뜻)이다. 신축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싸게 확보할 수 있는 분양가 상한제의 이점이 두드러질 때였다.

올 하반기부터는 선당후곰이 자취를 감췄다.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분양가 상한제의 이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장위4구역(장위자이 레디언트) 등 서울 대단지 청약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 분양가와 매매가 차이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에서 분양가를 뺀 차이는 3.3㎡당 1506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차이가 790만원으로 1년 만에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분양을 마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분양가가 인근 매매가보다 높은 경우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3829만원으로 84㎡ 기준 13억2000만원 선이다.

바로 옆 단지인 둔촌신동아파밀리에는 KB부동산 12월 시세 기준으로 같은 면적이 9억5000만원 선이다. 지난 10월 실거래가(10억5000만원)보다도 1억원 더 내렸다. 실제로 둔촌주공이 속한 강동구의 경우 분양가와 매매가 간 차이가 서울 전체 평균보다 더 좁혀져 있다. 올해 강동구 매매가와 분양가 차이는 3.3㎡당 384만원에 불과해 전년(2001만원) 대비 80%나 줄었다.

둔촌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을 마친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나 곧 분양을 앞둔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3.3㎡당 분양가가 2800만원대로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0억원 선이다. 주변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광명시 철산동 철산래미안자이는 같은 면적대가 10억1500만원(KB부동산)에 형성돼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세 하락장에서 건자재값 상승 등의 이유로 분양가가 뛰어 분양가와 시세 간 갭 차이가 크게 줄었다”며 “내년 분양시장은 입지와 가격에 따라 특정 단지에만 청약통장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