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내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올해보다 9.5%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전국 아파트값 하락 전망치 8.5%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방에 비해 뒤늦게 가격조정에 들어간 서울, 수도권이 더 큰 폭의 가격조정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률 16.2%에 내년 전망까지 더하면 2년 동안의 가격 조정폭이 24.2%에 달하게 된다. 20억원짜리 아파트가 15억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년간 서울 아파트값 24% 추락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주택시장 전망’을 발표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년에 가장 큰 낙폭을 보일 지역으로 수도권(-13%)을 꼽았다. 수도권은 올해 실거래가 기준 낙폭이 18.4%를 기록했다. 내년 하락 전망을 반영하면 2년간 낙폭이 30%에 달하게 된다. 중대형을 기준으로 하는 실거래가는 소형 아파트와 빌라를 제외한 통계로 시장 가격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수라는 게 주산연의 설명이다.
"내년 아파트값 8.5% ↓…낙폭은 줄어"
전체 주택 매매가 하락폭은 실거래가보다는 작을 전망이다.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는 올해 말 대비 3.5% 추가 하락하고 전국 아파트 매매가 낙폭은 5.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5%, 수도권이 3.0%, 지방이 5.5%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종대 주산연 대표는 “내년 하반기 금리가 하향 전환해도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보합세가 나타나고 지방은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 가격은 내년에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월세 가격은 오를 것으로 봤다. 내년 주택 전세는 전국 4.0%, 수도권 5.5%, 서울 3.5%, 지방 2.5% 등 모두 하락하는 반면 월세는 전국 1.3%, 수도권 1.5%, 서울 1.0%, 지방 1.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거래량은 내년 4분기께 수도권 우량 지역이 보합세로 돌아서며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 주택 매매 거래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인 53만9000가구로 2006년 조사 시작 이후 역대 가장 적은 거래량에 그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39% 증가한 75만 건을 기록할 전망이다. 최근 10년(2012~2021년) 평균 수준인 97만 건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년 상반기 건설사 줄부도 우려”

내년 주택 인허가 물량은 올해보다 30% 감소한 38만 가구로 예상했다. 착공 및 분양 물량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높은 금리와 집값 급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단으로 내년 상반기 부도 위기에 처하는 건설업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 대표는 “PF 차환이 막히면서 자금난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중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사부터 부도가 속출해 자칫 자금을 빌려준 2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금리와 높은 가계대출, 과도한 PF사업 등을 감안하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게 주산연의 판단이다.

주산연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PF 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건설업체가 보유한 토지에 분양주택 대신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현실화와 분양전환 가격 기준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