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 등 비(非)아파트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극심한 ‘거래절벽’을 보이고 있다. 주로 재개발 투자용이나 아파트값 부담에 따른 차선책으로 주목받았지만 금리 인상으로 도심 내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구·연립·단독주택도 '꽁꽁'…月거래량 역대 최저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단독·다가구 매매거래 건수는 지난 22일까지 39건에 그쳤다. 현재 추세라면 100건에도 못 미칠 게 확실시된다. 월별 단독·다가구 거래 건수가 100건 이하로 떨어진 경우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전년 동월(548건) 거래량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7년간의 거래량 통계에서 역대 최저 기록은 2009년 1월의 271건이었다.

다세대·연립 거래 건수도 401건에 그치고 있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월별 거래량 1000건을 밑돌 전망이다. 이전까지 월별 역대 최저 거래는 2008년 11월의 1110건이었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으로 부동산 거래가 극도로 침체됐던 때다.

서울시가 노후 주택을 모아 미니 재개발에 나서는 ‘모아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거래절벽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 분위기다. 김제경 투미 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건자재값 상승과 분양시장 냉각 등으로 서울에서 신축 시행이 크게 줄어들면서 단독·다가구가 가진 땅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 다세대·연립은 재개발 수요나 자금 여력 때문에 아파트를 매입할 수 없는 주택 수요자들이 차선책으로 고르는 경우가 많다. 김 소장은 “아파트값이 크게 하락해 다세대·연립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매 대신 임차를 택하는 주택 수요자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전세금 부담이 줄어들자 매매 대신 임차로 머물며 집값 바닥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