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이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서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6년치를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3년전과 비교하면 10년이 더 늘어났다. 사실상 취업해 은퇴할 때까지 한푼도 안써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10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의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을 산정해 분석한 결과, 직장인이 연봉을 모두 쏟아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은 2017년 5월 16년에서 2020년 11월 26.5년으로 늘어났다.

직장 초년병, 은퇴 직전 때까지 월급 모아야 집 산다

연봉 한 푼 안 쓰고 서울 아파트 사는 데 걸리는 기간.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2017년 5월 당시 16년이었던 이 수치는 2020년 11월 26.5년으로 10년 늘어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연봉 한 푼 안 쓰고 서울 아파트 사는 데 걸리는 기간.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2017년 5월 당시 16년이었던 이 수치는 2020년 11월 26.5년으로 10년 늘어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연봉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간을 나타내는 수치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을 국내 직장인 평균 급여액으로 나눈 결과다. 이러한 셈법을 통상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즉 PIR(Price to Income Ratio)이라고 부른다. PIR은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주택을 살 수 있는 기간을 가리킨다.

2017년 상반기 당시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6억708만원이었는데, 이를 당해년도 직장인 평균 연봉인 3520만원으로 나눌 경우 16.25년이 나왔다. 직장인이 연봉을 모두 모아서 서울서 집 사는 데 16년 3개월 가량이 소요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수치가 크게 늘었다.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이 10억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한경닷컴이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된 2018년까지 근로소득자의 연 평균 급여액은 3~5% 가량 늘었다. 2019년과 2020년 평균 연봉 상승률을 2년 연속 3%로 잡을 경우 2020년 평균 연봉은 3873만원으로 추산된다. 만약 최대 5% 늘어날 경우, 올해 평균 연봉은 최대 4025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균 연봉 상승률을 낮게 3%로 가정할 경우, 올해 서울 아파트를 매매하는 데 직장인이 연봉만 쏟아부어야할 기간은 총 26년 6개월로 나타났다. 연봉 상승률이 2년 연속 5% 늘어난 경우를 가정해도 25년 6개월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 직장인이 은행 도움없이 월급만으로 서울 시내 아파트를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진 셈이다.

연봉 제자리인데 집값만 70% 급등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2767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5월부터 19개월 연속 상승세 중이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2767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5월부터 19개월 연속 상승세 중이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이렇게 수치가 급등한 것은 서울 아파트값 폭등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7개월 간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4억2059만원 늘어났다. 비율로 따져보면 69.3% 급상승했다.

지난달 정부가 서민 및 중산층 주거안정지원방안으로 공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KB부동산 기준 10억2767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지난해 5월부터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이 기간 동안 11개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라 '당장 들어갈 집'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대책이 있어도 당장 들어갈 집이 없으면 결국 가격은 오른다"며 "정부 발표는 계획일 뿐 당장 들어갈 집이 아니기 때문에 물량이 실제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는 매매든 전세든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또다른 시장 과열 이유에 대해서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없기 때문이다"고도 진단했다.

두 전문가들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 뚜렷해 변 후보자와는 별개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데는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변 후보자는 실무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최근 역세권에 고밀도 공급 추진 등 공급에 필요한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당정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기조를 타개해나갈 수 있을지는 걱정"이라고 전했다.

권 교수는 "후보자는 도시계획 전문가지 시장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을 정확하게 진단해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간 후보자가 줄곧 주장해왔던 토지공개념이나 개발이익 환수, 임대 공급 증가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정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