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리즘

총선 후 규제 장기화 대비
여의도·강남 재건축 집수리 '바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삼부아파트에 10년째 살고 있는 직장인 권모씨는 인테리어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수년간 차일피일 미뤘던 집안 내부 리모델링을 결심해서다. 1976년 입주한 삼부아파트는 올해로 45년이 된 노후 아파트다. 그는 “재건축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면서 낡고 불편해도 참고 지냈다”며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를 보니 당분간 재건축은 신경을 끄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15 총선’ 이후 여의도 일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알짜 재건축 단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여당의 압승으로 재건축 등 부동산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실망 매물도 나오고 있다.

19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호가는 총선 이후 17억원대로 떨어졌다. 지난달까지 19억원대 중반에서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2억원가량 빠진 것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많지는 않다”면서도 “보유세 문제로 6월 전에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집주인 일부가 총선 후 호가를 내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 있는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으로 꼽히지만 도로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와의 이견 등으로 아직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의도에서는 집안 리모델링을 하려는 입주민들이 크게 늘었다. 여의도에는 50년이 다 된 시범아파트(1971년 입주)를 포함해 공작·한양·광장 등 아파트 11곳, 6323가구가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노후도가 높아 재건축이 불가피하지만 서울시 인허가에 발목이 잡혀있다. 한 은하아파트 소유주는 “재건축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단체대화방에서 최근 인테리어업체 추천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도 비슷한 분위기다. 압구정동 J공인 대표는 “총선 후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 집수리를 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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