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최근 청약을 넣은 아파트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고 뛸 듯이 기뻤다. 잦은 전세 계약에 지쳤던 터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내 현장으로부터 부적격 탈락 통보가 날아들었다. 무주택 기간을 잘못 입력했다는 거였다. 9년 이상~10년 미만으로 계산했는데 사실 8년 이상~9년 미만이었던 것. 이때 가점은 2점 하락한다.

A씨는 “무주택 기간이 시작되는 만 30세를 정확히 어느 시점으로 봐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해부터 햇수를 세야하는지 그 다음해부터 세야하는지도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부적격 처리 돼 앞으로 1년 간 청약이 제한된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첫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은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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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따른 정책 발표로 인해 청약 제도가 강화되면서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부적격 건수는 2만1800건에 달했다. 전체 공급 세대수의 9%에 달하는 수치다. 일부 단지에서는 모집 가구수의 20% 이상이 부적격 처리됐다.

청약 가점, 무주택 여부 등을 잘못 기입한 단순 실수가 1만4400건(66%)로 가장 많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용 85㎡ 이하 입주자를 100% 가점제로 선정함에도 가점 계산을 청약자들에게만 맡기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 가점 계산법이 모호하고 복잡하다는 청약자들의 불만도 들끓고 있다.

◆ 무주택기간 기입 실수 가장 많아

7일 민홍철 의원실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청약 부적격 건수는 2만1804건으로 집계됐다. 총 공급세대수 23만1404가구의 9.4%에 달하는 수치다. 청약 가점 오류, 세대주 여부, 무주택여부, 지역위반 등 단순 실수로 인한 부적격 처리건이 1만4437건으로 전체의 66%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과거 5년간 당첨사실 등 재당첨제한이 5646건, 세대 내 중복 청약 및 당첨이 1638건 순으로 많았다.

실제 현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말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은 총 315가구 모집에 4817명이 신청해 평균 15.29대 1의 청약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그러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315명 중 59명은 부적격 통보를 받아야 했다. 전체의 18%를 넘는다.

해당 단지 분양 관계자는 “당첨 부적격자 중에서는 무주택 기간을 잘못 기입해 당첨이 취소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면서 “무주택 기간을 실제보다 짧게 기입했을 경우에는 부적격 사유가 아니지만 실제보다 길게 기입하면 부적격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주택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 배우자가 세대주 모르게 집을 갖고 있어 부적격 처리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모님 등 부양 가족 중 한사람이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는 것을 모르고 청약한 경우도 종종 나온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청약 때문에 숨겨둔 재산이 발각되는 어이없는 일들이 많다”며 “모든 세대 구성원의 주택보유 여부, 청약 당첨 유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주택 기간을 착각하는 사례도 많았다. 중간에 한번 집을 샀다 판 것을 잊어버리고 무주택기간을 길게 입력하는 경우다.

부양가족수를 잘못 기입한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분양권 스타 강사 박지민(닉네임 월용이) 씨는 “예비 청약자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부분이 부양가족 수를 기입하는 부분”이라면서 “직계존속의 경우, 3년 이상 동일 주민등록등본에 등재 돼있어야 하는데 청약 직전 가점을 높이기 위해 급하게 주소지를 합쳐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과거 당첨사실이 있는다는 걸 잊고 청약을 넣은 청약자도 있었으며 거주 지역을 잘못 체크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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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 입력 시스템 구축돼야”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발표로 1순위 청약 자격 등 청약 제도가 변경됐음에도 무주택 및 세대주 여부 선택과 청약 가점 계산 등을 청약자들에게만 맡겨 놓은 게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파트투유 홈페이지를 통해 아파트 청약 신청을 할 때 청약자들이 직접 기입해야 하는 사항은 5가지다. 거주지와 주택소유 여부, 과거 2년 내 가점제 당첨여부 등의 질문에 대해 해당 답변을 직접 체크해야 한다. 가점도 청약자들이 알아서 계산하도록 돼있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를 스스로 계산해 넣어야 한다. 청약 통장 가입일은 자동 입력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청약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파트투유 홈페이지에서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더라도 걸러지지 않고 청약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청약자는 무주택 및 세대주 여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이 제대로 기입됐는지 사전에 검증할 수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결제원 홈페이지 내에서 무주택 및 세대주 여부, 청약가점 등이 자동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주민등록등본, 세대주 여부, 주택구입 시기 등 이미 나와있는 데이터들을 연계하면 충분히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자동 입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행정자치부, 국세청, 금융결제원 등 부처 간의 협업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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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인기 단지 상담 창구 이용 ‘팁’

결국 자동 입력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청약자들이 청약 신청 전 유의사항 및 가점제도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실수로 기입하는 일을 줄이는 수 밖에는 없다. 다행히 수요자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청약 가점은 아파트투유 홈페이지에서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 입주자모집공고일과 생년월일, 혼인여부, 혼인신고일, 주택소유여부, 무주택자가 된 날 등을 입력하면 무주택 기간이 계산된다. 물론 청약자 본인이 입력한대로 계산되기 때문에 애초에 잘못된 정보를 입력할 경우 결과가 틀릴 수 있다. 헷갈린다면 아파트투유 콜센터로 전화 상담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청약 전 금융결제원 콜센터 등에 물어볼 수 있지만 문의가 많아 연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어 문의해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면서 “청약하려는 단지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모델하우스 상담원에게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연내 분양을 앞둔 아파트 분양소장은 “모델하우스에 배치하는 상담원이 많아야 10여명 남짓이어서 현장 상담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전화 연결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지역 별로 청약 조건은 대부분 동일한 만큼 비슷한 시기 분양하는 비인기 아파트로 상담을 요청하면 더 빠르게 상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귓띔했다.

단순 실수로 부적격 처리가 된 경우에도 1년 간 청약이 제한되기 때문에 청약 전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청약 제한 기간은 2016년 11·3 대책에 따라 기존 3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났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사실 복잡한 청약 제도가 간소화되면 자연스럽게 부적격 건수도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현 정부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