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현장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건설 인력 공급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지난 3년간 아파트 분양물량이 급증한 영향이다. 일부 아파트 현장에서는 자재난까지 겪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아파트 현장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남양주 등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A건설사 대표는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각 현장의 인력 수급 상황을 확인한다”며 “공기(工期)를 맞추지 못해 입주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40만가구 분양 후폭풍…인력난에 철근공 일당 25만원
건설 인건비 상승세도 가파르다. 대형 건설사 B사의 서울 아파트 현장소장 이모씨는 “얼마 전 공정별로 노임을 조사했더니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방수공도 고령자가 하루 12만~13만원, 숙련자는 15만원이고 형틀공은 20만~25만원에 달했다”며 “최근 1년 반 새 15~2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작업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 현장은 인건비와 공사비, 자재비 등을 포함한 올해 실행예산을 작년보다 20% 늘렸다.

여러 건설현장을 옮겨다니는 이른바 ‘메뚜기’ 인력도 크게 늘었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아파트를 짓는 C건설사 현장소장 김모씨는 “조건이 좋으면 다른 현장으로 바로 옮겨가기 때문에 요새는 작업자들이 ‘갑’”이라며 “하도급업체와 인력 전문업체들이 건설인력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임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같은 현장에서 공구별로 다른 공사를 맡은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끼리 인력을 서로 빌려 쓰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에선 비숙련 외국인 불법 체류자까지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타워크레인 파업과 철도 파업까지 겹치면서 철근과 시멘트, 레미콘 등 건자재 가격도 뛰었다”며 “자재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인력 부족이 심해지다 보니 휴일을 가리지 않고 되는 대로 작업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3년간 아파트 분양물량은 이전 3년보다 50% 이상 늘었다. 2011~2013년 연간 28만~29만여가구가 분양됐다. 그러나 2014년 34만4887가구, 2015년 52만5467가구, 지난해 46만9058가구로 급증했다. 아파트 건설기간이 평균 2년6개월~3년여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물량이 현재 건설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