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설투자 증가율 올해의 반 토막 전망
해외 IB들도 경고 잇따라


"건설경기에 기초한 성장 모멘텀은 점차 약화될 전망이다(바클레이즈)"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한국은행 보고서)"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전략을 구사해왔지만, 앞으로 이런 구조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경고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저금리 지속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부작용 외에도 주택공급 초과 및 인구구조 변화로 주택경기 자체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31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건설 및 부동산에 의존한 한국 경제 성장세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지난 3분기 건설투자는 2분기보다 3.9% 증가했다.

3분기 GDP 성장률(0.7%)에 대한 총고정자본형성의 기여도가 0.6%포인트였는데 이중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기여도가 각각 0%포인트였고 건설투자만 0.6%포인트를 차지했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 1분기 6.8%(전기대비)에 달한 데 이어 2분기에도 3.1%를 유지하는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올 상반기 건설투자는 10.3%나 늘었고 3분기에도 증가율이 11.9%에 달했다.

한은은 올해 전체로 건설투자 증가율이 10.5%에 달해 작년(3.9%)의 2배를 넘어서는 급증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증가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이 상반기 5.3%(전년동기대비), 하반기 3.1% 등 연간 4.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한은은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주거용 건물은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고 비주거용 건물도 착공면적 증가세가 작년 하반기 이후 둔화하고 있어 증가 폭이 축소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부터는 올해처럼 건설투자에 힘입은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2014년 14.7%, 2015년 14.6% 수준이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인구 대비 국토면적이 넓은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8.0%), 영국(9.2%), 독일(9.7%), 프랑스(11.6%)보다 월등히 높다.

해외 IB들도 건설경기에 기초한 성장 모멘텀은 점차 약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건설투자 증가율이 20%(전년동월비)를 넘었지만 8월 말 주택공급관리조치의 영향으로 연말까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과 HSBC도 건설경기 주도의 성장은 아파트 분양 호조 덕에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들 해외 IB는 대외수요 부진과 청탁금지법 시행,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이 4분기와 내년 초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건설투자는 그간 높은 증가세로 자본 스톡이 성숙단계에 도달했으므로 향후 증가 폭을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건설투자의 양적 확대보다는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 건설시장 고용구조 개선 등 질적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