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판치는 분양시장] 돌아온 '떴다방' 청약통장 매집…위례에선 6300만원에 사들여
부산 ‘래미안 장전’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업자 김모씨는 자신을 경력 20년의 ‘전국구’라고 소개했다. 전국 분양 현장을 찾아다니며 활동한다는 의미다. 서울 위례신도시 중앙 푸르지오, 제주 강정지구 중흥S클래스 등에서도 떴다방을 운영했다고 했다. 함께 다니는 직원은 12명이다. 그는 분양권 투자 전문 인터넷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역할을 분담해 일부는 청약통장을 사모으고, 일부는 매매 거래를 중개한다. 김씨는 “돈 되는 곳이면 다 간다”며 “전국구 떴다방은 300~400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청약통장 불법거래 만연

떴다방은 분양권 웃돈(프리미엄)을 챙기거나 분양권 거래를 성사시켜 돈을 번다. 이 중 가장 큰 수익원은 분양권 웃돈이다. 이들은 여유자금이 없는 저소득층으로부터 당첨이 확실한 청약통장을 매입한다. 당첨이 되면 분양권을 팔아 차익을 챙기는 구조다.

청약통장은 보통 전봇대 등에 청약통장 매입 광고문을 붙이거나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해 사들인다. 경험이 많은 떴다방들은 지역 토박이, 중개업소 등을 통해 보다 더 은밀하게 통장을 매입한다. 주 공략 대상은 무주택 기간이 길면서 가족 수가 많은 이들이다. 청약가점은 높지만 경제력이 없어 집을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을 파고든다.

떴다방 박모씨는 “지방에선 청약가점 70점을 넘으면 당첨이 확실하다”며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이고,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이면 쉽게 당첨 안정권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물량이 많은 전용 85㎡ 이하 민간주택은 40%가 가점제 대상이다.

부산 장전 래미안, 위례 중앙 푸르지오 등의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떴다방들에 따르면 청약 열기가 고조된 부산 대구 등의 1급 단지에선 당첨 안정권인 청약통장(청약가점 69점 이상)이 4000만~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 선보이는 저렴한 공공분양 주택 당첨이 가능한 청약저축통장은 600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위장 결혼·입양도 주선

지난달 수도권에서 분양된 한 아파트 단지의 특별공급 당첨자 중에선 입주자 모집 공고 직전 결혼을 해서 자녀가 6명이 된 청약자가 3명이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떴다방들이 당첨이 확실한 청약통장을 만들기 위해 위장 결혼을 시킨 사례라는 게 중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약가점제가 적용되는 물량은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간다.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높아진다. 자녀를 많이 두고 있으면서 혼자 살고 있는 남녀를 서류상으로 위장 결혼시키는 이유다. 부양가족 수를 늘리기 위해 입양도 주선한다고 한 떴다방 업자는 털어놨다.

다자녀가구 신혼부부 등에게 돌아가는 특별공급분에 당첨되기 위해 위장 입양, 위장 결혼 등을 하는 사례도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청약가점이 높으면 당첨 가능성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떴다방들이 서류상 결혼 등을 주선한다”며 “떴다방들의 장난인 줄 알지만 서류상으로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양도세 탈루 만연

떴다방들은 분양권 전매가 1년간 금지되는 수도권 택지지구에서도 분양권을 불법으로 거래하고 있다. 떴다방들은 또 전매제한이 있는 곳에서 양도세는 관행적으로 분양권 매수인이 80~90%가량을 부담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약통장을 매입해 당첨된 떴다방이나 당첨자들은 양도세를 거의 내지 않는 것이다. 분양권 양도세는 차익의 50%다. 지방에선 양도세를 적게 내기 위해 실제 거래금액보다 낮은 가격을 쓰는 다운계약서 작성이 다반사라고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말했다.

조성근/부산=김동현 기자/창원=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