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재건축 연한 단축 등의 정책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조정받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거래량이 줄며 최고 3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서울 잠실지역의 한 중개업소에서 시민이 매물을 확인하고 있다. 한경DB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재건축 연한 단축 등의 정책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조정받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거래량이 줄며 최고 3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서울 잠실지역의 한 중개업소에서 시민이 매물을 확인하고 있다. 한경DB
“9·1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 2~3주간 반짝 오르더니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매도 호가는 5000만원 정도 올랐는데 매수세가 없어요. 1000만~2000만원 올랐을 땐 거래를 몇 건 성사시켰는데 지금은 전화 문의도 뜸합니다.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3000만원 이상 벌어졌습니다.”(이수남 목동 양목공인 대표)

기존 주택시장의 숨고르기 양상이 뚜렷하다. 재건축 연한 단축 등을 담은 ‘9·1 대책’ 발표 직후 서울 목동과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 증가 조짐을 보였으나 이달 들어선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크게 벌어지며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정부 대책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시각과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큰 호가 차이에 거래도 줄어

"매수 - 매도 호가 3천만원 이상 벌어져…반짝하던 거래 급감"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5단지 전용 31.98㎡는 ‘9·1 대책’ 이후 매도 호가가 1억7000만원에서 2억1000만원으로 4000만원 뛰었다. 재건축 연한이 단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대책이 나온 후 처음 2주 동안은 2억1000만원에 손바뀜도 일어났지만 지금은 수요자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종진 노원공인 대표는 “한두 건 거래되는가 싶었는데 이젠 지금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먼저 주춤해진 강남권 재건축 시장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50㎡의 경우 지난달 초 8억5500만원까지 올랐으나 지난달 중순 이후 매수세가 끊기며 8억2500만원으로 조정받았다.

마포 등 강북지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포구 아현동의 부동산스터디 강영훈 대표는 “전용 59㎡는 그나마 괜찮은데 전용 84㎡(30평대) 이상은 거래와 가격이 모두 약보합세”라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도 비슷한 모습이다. 판교와 평촌은 호가가 오른 상태에서 거래가 없는 소강 국면을 보이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한국감정원이 16일 발표한 통계에서도 한풀 꺾인 수도권 주택시장이 확인된다. 지난달 22일 이후 3주간 매주 0.14%씩 오르던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주 0.09%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주 0.13% 상승률을 보였던 서울 강남지역도 이번주 0.06%로 상승폭이 줄었다. 강북은 0.19%에서 0.12%로 4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되고 있다. 수도권 전체도 3주 동안 0.13%의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이번주는 0.12%로 낮아졌다.

◆전문가 시각 엇갈려

이달 들어 주춤거리는 부동산시장을 두고 전문가 평가는 엇갈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9·1 대책 약발이 끝났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가을 이사철이 끝난 뒤 기존 주택 매매시장은 소강상태로 들어갔는데 일부 분양시장만 활기를 띠면서 전체 부동산시장이 호황인 것 같은 착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양 수요를 기존 주택 수요로 연결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부동산시장이 전체 내수시장을 이끌고 갈 수 없다”며 “매도인(집주인)과 매수인(세입자)의 시각차가 커 당분간 거래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 급등에 따른 일시 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집값도 주식처럼 많이 상승하면 잠시 쉬어간다”며 “상승은 추세”라는 진단을 내놨다.

김병근/김진수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