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신한은행과 공동으로 실시한 ‘내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 ‘주택시장의 바닥이 멀지 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된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내년 상반기 집값 상승 기대감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다. 다만 부동산시장 침체가 풀리려면 경기회복 못지않게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법안 처리도 중요한 변수라는 지적이다.

"세종시·혁신도시 가장 유망" 37%…"2014년 주택구입 적기" 47%

○세종시·혁신도시 가격 상승 유망지역

수도권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59.9%)이 ‘떨어질 것’이란 응답(40.1%)보다 많았다. 지방 대도시도 안정되거나 오를 것이란 전망(62.6%)이 높게 나타났다.

집값 상승 예상 지역으로는 세종시와 혁신도시(36.8%)가 1순위로 꼽혔다. 연말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이 이전하고 내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진주 혁신도시 이전 등이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청약 호조를 이어가며 지방 분양시장을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울 강남권(27.9%)과 용산 등 한강변 개발지역(16.2%) 등 기존 투자 선호지역에 대한 기대도 여전했다.

조성철 신한은행 부동산팀 과장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서울 강남권을 유망지역으로 지목한 것과 달리 일반인들은 실수요가 몰리는 세종시·혁신도시를 선호한 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집을 사기에 좋은 시기로는 전체 응답자의 25.1%가 내년 상반기, 21.4%는 하반기를 꼽았다. 구입하고 싶은 크기는 전용 84㎡(분양면적 33평형)가 전체의 53.7%로 절반을 웃돌았다. 전용 59㎡(24평형)와 전용 101~110㎡(39~44평형)가 각각 18.1%, 14.4%를 나타냈다.

집값 반등 시기에 대해선 ‘내년 상반기 바닥을 다진다’(39.0%)거나 ‘반등할 것’(19.9%)이란 응답이 58.9%로 ‘아직 바닥이 아니다’(40.9%)는 반응보다 많았다. 바닥이 아니란 응답자 중 30.4%는 2~3년 내 반등한다고 내다봤고 1~2년 이내도 26.9%로 높았다.

○“거래 활성화 대책 필요”

상반기 주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로는 ‘경기침체 지속 여부’(30.2%)를 꼽았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란 응답이 24.8%로 ‘수요·공급 상황’(16.8%)이라는 대답보다 많았다. 수요자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내수 경기 회복이 시장 정상화의 주요 변수라는 얘기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30.8%)과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응답(30.1%)이 비슷했다. ‘현 수준에서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20.6%에 그쳤다. 시장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라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추가 대책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28.6%),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10.3%) 등이 거론됐다.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침체된 거래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DTI 완화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임현묵 신한은행 팀장은 “가격 폭등기에 도입한 인위적 규제들이 대부분 풀리긴 했지만, 아직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거래 회복에 지장을 주는 핵심 규제가 남아 있다”며 “시장 수요자들은 마지막 남은 규제완화가 신속히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소장은 “내년 하반기쯤에는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함께 나타났던 민간주택의 미분양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현일/김진수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