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땅값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서울시는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시내 92만8839필지의 개별공시지가를 결정해 27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개별공시지가는 전년에 비해 평균 2.14% 떨어졌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0.29%,1999년 -10.39%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서울 땅값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2004년부터 매년 10%가 넘는 고공 행진을 이어왔으나 작년 하반기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파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발표는 지난해 1월 대비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실제 땅값은 작년 11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다 지난 4월부터 다시 오름세로 반전됐다.

서울시는 올해 개별공시지가 발표에서 그동안 급등세를 지속했던 서초,강남 등 강남권의 하락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서초구가 -3.89%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강남구 -3.22% △송파구 -3.03% △강동구 -3.35% 등 강남권 4구의 하락폭이 서울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반면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용산구 -0.07% △금천구 -0.45% △구로구 -0.47% △마포구 -0.55% 등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땅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재산세 등 올해 보유세 부담은 작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 재무국 관계자는 "개별공시지가가 다소 떨어졌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70%(토지 · 건축물)로 작년보다 5%포인트 높아져 전체적인 세 부담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계산하기 위해 공시가격을 곱하는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과세표준이 높아져 세액이 많아지게 된다. 최근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주택의 경우 작년보다 10%포인트 높아진 60%,토지 · 건축물은 70%로 확정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은 역시 중구 명동의 커피전문점 '파스쿠찌'로 나타났다. 6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이곳의 땅값은 3.3㎡당 2억5000만원으로 전년보다 2.6%(1050만원) 떨어졌다.

주거지역 중에서는 3.3㎡당 3830만원을 기록한 강남구 대치동 670 '동부 센트레빌' 아파트가 가장 비쌌다. 하지만 이곳 역시 작년 1월(3.3㎡당 4000만원)에 비해 170만원 하락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17일부터 20일간 1384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돼 감정평가사 검증과 부동산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315건을 조정했다. 총 1384건 가운데 하향을 요구하는 의견이 799건(57.7%)으로 상향(585건,42.3%)보다 다소 많았다.

이번 개별공시지가는 서울시 홈페이지 토지정보서비스(http://klis.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격에 이의가 있는 토지 소유주는 다음 달 1일부터 30일까지 토지정보서비스나 구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