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국내 공공공사 수주 시장에서 퇴출될 뻔했던 K사가 극적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건설공제조합이 담보 조건을 크게 완화해 공사이행 보증서를 발급해준 덕분이다.

K사는 고속국도 1호선 북천안 나들목 건설공사(228억원)를 수주하고도 조합의 공사이행 보증서를 받지 못해 공사가 무산될 판이었다. 보증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수주가 취소되고 '부정당업체'로 지정돼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할 수 없게 된다. 조합은 이런 점을 감안해 어려움에 처한 건설업체 지원 차원에서 담보 조건을 대폭 낮추는 결단을 내렸다.

건설공제조합은 1963년 건설업체의 활동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해 국민 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건설 전문 금융회사다. 조합은 건설업체들에 부족한 신용을 공급하고,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해주는 일을 한다. 2월 말 현재 조합원은 1만2127개사,자본금은 5조78억원에 달한다.

송용찬 건설공제조합 이사장(57)은 "최근 논란이 된 일부 건설사에 대한 보증 제한 조치는 기존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따른 것"이라며 "조합이 위험 회피 노력없이 조합원들이 원하는 대로 보증서를 발급한다면 조합의 동반 부실로 이어져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건설공제조합은 4단계로 구성된 '위기상황 대응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 동안 130개 조합원이 부도를 내 1288억원의 보증금을 대신 냈다. 금액으로는 전년보다 1.6배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12일 기준) 26개사가 부도를 내 704억원의 보증 대급금이 발생했다. 이런 추세라면 조합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합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합원 부실 징후 상시 모니터링을 통한 워치(watch)조합원 제도를 운영해 보증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또 보증사고 대책반(TF팀) 운영을 통해 보증사고 발생시 초기에 신속히 대응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 채권관리 업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 이사장은 "조합에 대규모 채무가 있는 중견 건설업체들이 자구 노력도 없이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해 채무를 면탈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며 "조합과 건설업계에 막대한 재산적 손실과 이미지 손상을 끼치는 악덕 건설업자에 대해 재산 추적과 형사 고소 등의 채권관리 조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채권을 회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은 공익성과 함께 막대한 신용을 창출하는 금융회사라서 수익성 및 리스크 관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가끔 조합원 등과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며 "조합이 국내 최고의 건설 전문 금융회사로 건설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