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뿐 아니라 재개발 아파트 분양가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재개발 구역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집값이 급락하면서 재개발 아파트의 분양가가 턱없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의 효창파크 푸르지오가 일반분양가(청약을 통해 비조합원에게 공급하는 가격)를 내렸다는 소식에 수도권 재개발 조합의 분양가 인하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천 부평4동 부평5구역의 일부 조합원(비상대책위원회)들은 미분양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위험을 막기 위해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양가를 모두 인하해야 한다며 시공사와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가재울3구역 조합원들도 분양가 인하와 분양 연기를 주장하며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 구역은 모두 관리처분계획(조합원 자산가치 확정,동 · 호수 배정) 인가를 받고 분양승인을 앞둔 단계여서 일반분양가를 확정하지 않았다. 조합원 분양가도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통해 내릴 수 있어 마냥 분양가를 낮춰달라는 일부 아파트 단지 계약자들의 억지 주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부평5구역 비대위는 4억1800여만원인 115㎡형 일반분양가(3.3㎡당 1230만원)는 인근 삼산동 서해그랑블 아파트 112㎡의 3억5700만원(1050만원)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성토했다. 한 조합원은 "서해그랑블 아파트는 그 분양가로도 미분양이 발생해 분양에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총 1381가구가 공급되는 이 구역에선 일반분양이 832가구로 예정돼 일반분양 성공이 사업의 중요한 관건이다. 비대위 측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 고평가의 단초를 제공한 조합원 분양가도 3.3㎡당 941만원에서 790만원대로 낮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중개업소인 오케이랜드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은 7호선 연장선이 개통하면 서울생활권역이라 보고 분양가를 높게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북가좌동 가재울3구역에서도 조합과 별도로 주민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오는 7일 분양가 인하와 분양시기 연기 등을 논의하는 임시총회를 열기로 했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최근 입주한 인근 가재울 아이파크의 경우 112㎡형이 5억원대에 분양했는데 현재 매물은 로열층이 4억7000만~4억8000만원에 나와 있다"며 "우리 구역의 112㎡형 일반분양가는 6억원 선이어서 미분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는 일단 조합원 분양가를 85㎡형은 3.3㎡당 100만원,112㎡형 120만원,148㎡형은 150만원씩 인하해 각각 3.3㎡당 분양가를 1060만원,1150만원,1300만원 선으로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최근엔 효창파크 푸르지오 조합과 시공사(대우건설)가 서로 양보하면서 당초 3.3㎡당 2400만원대로 잡았던 일반분양가를 1800만~2000만원으로 낮춰 재개발 아파트 분양가 인하를 촉발시켰다. 재개발 전문 컨설팅회사인 예스하우스 전영진 대표는 "분양가 인하는 조합원 분담금을 늘리거나 시공사 수익을 줄여야 하는 사안이어서 논의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주택시장 장기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있는 만큼 재개발 사업 성공을 위해 합리적인 의견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