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힘'] 서울 강남 재건축 급매물 자취감춰…경매시장 다시 활기
부동산 주식 채권시장에 삼총사가 돌아왔다. 부동산시장에선 실수요자,주식시장에선 외국인,채권시장에선 자산운용사다. 주택 실수요자들은 새학기를 앞두고 저금리에다 집값이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집 알아보기에 나서고 있다. 증시에서 외국인은 9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한국시장에서 유동성 장세의 가능성과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까지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에선 머니마켓펀드(MMF)에 쏟아지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매수대상 유가증권을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에서 우량 회사채로 넓히고 있다.

경매에 관심이 많던 L씨는 지난 3일 결국 용단을 내렸다. 경기 구리시 인창동 109㎡ 아파트 입찰에서 2억5200만원을 써내 최종 낙찰을 받았다. 이 아파트 시세는 3억원.L씨의 예상 투자수익률(시세-낙찰가/낙찰가)은 19%대다. 작년만 해도 그는 20%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했으나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수익률을 17%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 전략이 낙찰로 이어졌던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같은 동네 82㎡ 아파트를 팔고 4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으면 큰 평수로 갈아탈 수 있다. 연 5.5%대의 주택담보대출금리면 이 정도 대출액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생각이다. 부동산 시장에 '저금리'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잇따른 부동산 규제완화에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대출을 얻어 투자하려는 사람까지 시장을 기웃거린다. 매수세가 조금씩 살아나고 집값도 꿈틀대기 시작하자 곧이어 '바닥을 다졌다. 아니다,일시적 반등이다'란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실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 상승세는 심상찮다. 개포동 개포시영 42㎡의 경우 지난 한주에만 매도호가가 7500만원 뛰어 6억~6억5000만원 선에서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작년 11월 4억원대 후반에 나오던 물건이 3개월 만에 1억5000만원가량 급상승한 것.잠원동 한신5차 109㎡는 한 주 만에 3000만원 오른 7억3000만~8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강남에 인접한 강북지역도 '강남발 훈풍'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광진구 광장동 현대파크빌 109㎡의 경우 전주에 비해 2500만원 오른 6억~6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심선상에서 비켜나 있는 노원구와 도봉구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급매물을 찾는 문의만 이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호가가 떨어지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각종 조사나 주택시장 지표는 시장 분위기가 일단 호전되는 것으로 모아진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주택매수지수(지금이 집을 사기에 적절한 시점인가에 대한 응답)는 작년 4분기 77.6에서 이번 분기엔 122로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이 넘으면 전분기보다 집을 사려는 의욕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경매시장도 트리플 강세다. 지난달 서울지역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비율)은 70.9%로 한 달 전에 비해 1.6%포인트 상승했다. 낙찰률(입찰물건 중 낙찰물건의 비율)은 전월 대비 8.7%포인트 상승한 27.1%를 기록했다. 입찰경쟁률도 4.9 대 1에서 9.1 대 1로 두 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3월 이후 부동산 시장 규제완화와 맞물려 시장에 어느 정도 임팩트를 가져올지 관심"이라면서도 "일단 일시적 반등에 무게를 두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투자위험을 줄이는 길"이라며 추격매수 자제를 주문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