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고 사용하기에는 편리하게" 요즘 선보이고 있는 건축자재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건축자재의 트렌드는 사회상 변화및 과학기술 발전과 맞물려 있다.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건강에 관심을 쏟는 수요자들의 욕구가 건축자재 개발에 반영되고 있다. 또 산업용에 활용되던 기술이 건축자재에 적용되면서 사용하기에 편리한 제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건축자재의 유행주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유럽시장과의 유행시차가 6개월에서 1년정도였지만 최근들어서는 한달정도밖에 차이가 없다고 상업디자이너들은 설명한다. 인터넷과 인테리어 잡지 등이 수요자들의 안목을 끌어올려 유행시차가 줄어들고 있다. 수맥차단은 기본=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아가면 건강에 해로운 수맥을 차단할 수 있는 바닥재를 사용한다는 설명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바닥재에 은(銀)을 얇게 입혀 수맥이 올라오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건축자재업체들은 설명한다. 수맥차단 뿐만 아니라 아파트 실내에 있는 컴퓨터나 가전제품에서 생기는 전자파 흡수효과도 있다고 한다. 주방의 상부장과 하부장 사이는 대개 타일로 마감됐지만 요즘엔 불연패널로 바뀌고 있다. 불연패널은 글자그대로 불이 붙지 않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음식물찌꺼기를 닦아 없애는데도 편리하다. 게다가 항균처리돼 있어 위생적이다. 하부장 상판도 대개는 항균처리된 소재가 나오고 있다. 시멘트에서 나올 수 있는 독성을 차단하는 벽지나 냄새가 거의 없는 천연페인트 등은 입주자들의 건강을 배려하는 보편적인 건축자재로 이미 자리잡아 가고 있다. 손가락으로 여닫는 창(窓)=창호가 두껍고 무거워지고 있다. 방음 방열 방수효과를 모두 거두기 위해 4중 창호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창이 무거우면 노인들이나 어린이들은 창을 여닫는데 여간 힘든게 아니다. 이 때문에 창이 무거워지면서 동시에 원격제어가 가능한 제품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TV를 켜고 끄듯이 리모콘으로 창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윗쪽으로 빼꼼히만 열기도 하고 미닫이식으로 전체를 열 수도 있는 기능이 동시에 있는 창(tilt-turn)도 보편화되는 추세다. 또 승합차 옆문처럼 레일을 부착,열고 닫기에 편리한 창도 점점 눈에 띠고 있다. 이와 함께 색깔이 식상해진 오래된 가구에 붙이면 새 제품처럼 보이는 컬러 필름도 인기몰이를 할 조짐이다. 컬러 필름의 색상은 다양하고 기능은 쉬트지와 비슷하다. 유행패턴=레스토랑 등 고급 상업공간에 활용되던 소재들이 주택에 도입되는 추세다. 알루미늄은 날카로운 이미지때문에 주택에 많이 사용되지 않던 소재이지만 요즘엔 대형평형 아파트의 거실장 욕실 주방 등에서 속속 목격된다. 유리도 깨지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기피되던 소재였다. 하지만 강화유리가 개발되면서 거실이나 주방에 쓰이는 주요 자재로 떠오르고 있다. 건축자재의 형태는 직선에서 곡선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직선은 깔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고급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또 단가가 싸기 때문에 주택공급업체들이 선호한다. 반면 곡선은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건축자재의 색상은 점점 밝아지는 편이다. 경제여건과 관련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외환위기때는 대체로 어두운 계통의 색상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들어 밝고 경쾌한 색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파스텔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건축자재의 색상이나 형태는 이론적으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흐름을 선도하는 디자이너와 느낌으로 변화를 바라는 수요자의 접점이 현실로 나타나 주류로 자리잡게 된다. 때문에 건축자재는 변화무쌍 그 자체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