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제외하면 아파트 지을 땅이 없다는 서울 강남. 그 중에서도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구릉지에 건립되고 있는 '삼성동 아이파크(IPARK)'는 올해 서울에서 선보인 일반아파트 가운데 단연 최고로 꼽히는 단지다. 지난 9월 분양 당시 부동산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앞으로 이런 아파트가 다시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재 이 아파트 전평형엔 1억5천만~2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투자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완공되면 강남의 '황제 아파트'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가 서울지역 8차 동시분양을 통해 시장에 나올때만 해도 분양결과에 대한 예상은 엇갈렸다. 강남 최고의 입지를 갖춘 만큼 분양성이 뛰어나다는 전망과 함께 물량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있었다. 하지만 9월초 청약을 받은 결과 55~1백4평형 4백26가구가 8.8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평형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됐다. 평균 10억원대인 분양가격과 1천5백만원짜리 청약통장이 귀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청약 결과였다. 문제는 계약률이었다. 당첨자가 발표된 날 모델하우스 앞엔 수백명의 중개업자들이 몰려들어 분양권 전매에 나서기도 했다. 가수요가 어느 정도 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기우였다. 당첨자 발표 당일에만 인기 평형 로열층엔 웃돈이 6천만원까지 붙으면서 당첨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 3일만에 1백% 계약이 이뤄졌다. 대형평형으로만 이뤄진 아파트의 초기계약률이 1백%에 이른 것은 분당 신도시 아파트 분양 이후 처음이었다. '삼성동 아이파크'의 이같은 성공은 입지여건, 단지설계, 평면, 마감재 등 모든 면에서 최고를 추구한 결과였다. 현대산업개발은 경기고등학교 건너편 구릉지에 건립되는 이 아파트의 대부분 가구에서 한강을 시원스레 내려다 볼수 있도록 단지를 설계됐다. 23~46층 3개동에서 강남 테헤란로의 스카이라인도 눈에 들어오도록 단지를 배치했다. 교통여건이나 교육환경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특급이다. 넓은 녹지면적은 삼성동 아이파트가 갖춘 또 하나의 장점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동수를 3개로 줄여 고층으로 올리는 대신 전체 대지면적에서 건물바닥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인 건폐율을 9%로 낮춰 녹지면적을 크게 늘렸다. 전체 9천7백4평중 8백84평에만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8천8백20평을 4개의 테마공원 등 녹지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4백49가구가 사는 아파트 녹지면적이 국제 공인 축구장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셈이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20여년간 국내 주택명가로 자리잡아온 현대산업개발의 축적된 기술력이 결집된 단지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올해 내놓은 8천2백여가구의 '대표선수'이며 올해 주택분양 실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파트란 얘기다. 올해초 아파트 새 브랜드를 '아이파크'로 정한 현대산업개발은 브랜드 도입후 지난 11월 말까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잇따라 분양에 성공했다. 총 8천2백여가구의 아파트 가운데 지방 일부 단지를 제외한 7천5백여가구가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났다. 계약률도 대부분 1백%를 보였다. 아이파크의 성공은 미분양 물량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됐다. 연초 7천8백가구에 달하던 미분양이 지난 11월말 현재 2천4백18백가구로 줄어들었고 연말까지는 미분양분을 2천가구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아이파크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역삼동 아이타워 매각에 힘입어 2조1천4백억원이던 차입금 규모를 1조2천억원대로 낮췄다. 이방주 사장은 "올해 신규 분양 호조와 빠른 미분양 해소, 차입금 대폭 감소로 내년 전망이 밝다"며 "1천억원 이상의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내년에 아파트 분양을 올해보다 늘려 수도권과 지방대도시를 중심으로 1만1천여가구의 '아이파크'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