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건설은 중견건설업체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성장사를 보면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이 회사의 경재용(49) 회장은 지난 84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무수한 시련을 겪어 왔지만 IMF 경제위기 때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건설회사의 70%가 부도를 맞는 불황의 한 가운데서 연대보증을 서줬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1백80억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자금여력이 크지 않은 중견업체로선 치명적이었다. 경 회장은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우선 건설사가 가장 중시하는 원자재인 '땅'을 파는 극약처방부터 썼다. 그런 다음 업계 처음으로 불필요한 옵션을 빼고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마이너스 옵션제도를 도입하고 층별 향별 가격차별화를 이루는 공격적인 마케팅기법을 구사했다. 경 회장의 이같은 공격경영은 경제위기로 꽁꽁 얼어붙었던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98년 경기도 파주에서 1천7백59가구의 '봉일천 그린시티'를 내놓아 불티나게 팔리는 신화를 창조했다. 이듬해에는 4천6백여가구를 무난히 소화해냈다. 수도권에선 보기 드문 사례다. 올해는 상반기에 2천여가구를 공급했고 하반기만도 4천5백여가구를 쏟아내게 된다. 경 회장은 맨손으로 건설업에 뛰어든지 17년만에 연매출액 4천억원의 회사로 키운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회사를 이같이 불릴 수 있었던 건 소위 '짠돌이 경영' 덕택이다. 그가 말하는 짠돌이 경영은 아파트를 공급하는 주택건설회사도,소비자도 모두 짠돌이가 되는 개념이다. 건설회사는 원가를 절감해 분양가를 낮추고 수요자는 단 한푼의 비용이라도 아낄 수 있는 여지를 줘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경 회장은 이를 위해 늘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10% 싼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운다. 이같은 경영방침은 사업초기 때 인허가 영업 자재구매 등의 분야를 직접 뛰면서 터득한 '싸고 튼튼한 집만이 선택받는다'는 교훈으로 더욱 확고해졌다. 이 때문에 그에게 원가절감은 일종의 '사명'이 됐다. 그 정신은 '성장의 엔진'역할을 하고 있다. 경 회장은 어릴적부터 가난하게 자라 절약이 몸에 밴 것이 경영철학에 반영됐고 그것이 성공의 신화를 만드는 모태가 됐다고 말한다. 그에겐 올초 마련한 법인카드만 있을뿐 아직 개인용으론 그 흔한 신용카드 하나 없을 정도다. 그러한 그에게 붙은 별명이 '짠돌이'. 경 회장은 "잘 지은 아파트를 싸게 공급하는게 짠돌이냐"며 멋쩍게 웃어 넘겼다. 그는 전체 53가구밖에 안되는 김포공항 인근 시골에서 가난하게 자란만큼 빈곤이 물려준 일화도 많다. 중학교 때는 등록금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다시 마련할 길이 막막해졌다. 며칠을 고민한 부친께서 학교를 그만두라고 말하기에 이를 정도로 고통스런 시절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어릴적 상황이 그랬기에 경 회장이 오늘날 서민들의 '주택 전도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경 회장은 그래서 서민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한번은 모델하우스에서 동문건설 관계자들의 눈을 의심하는 일이 벌어졌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고객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 자리에서 분양조건을 완화해 줬기 때문이다. 경 회장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지켜온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주택전문, 현장중시, 인력관리, 품질과의 무한경쟁 등이다. 경기도 파주와 고양에서 지역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같은 원칙을 철저히 지켜 왔기 때문이다. 경 회장은 주택사업 한 우물만 파왔다. '외도'를 하지 않은 결과 건설업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주택 전문업체론 보기 드물게 74위(지난해 1백3위)를 기록했다. 경 회장은 새벽이든 저녁이든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제대로 된 철근 자재를 사용하는지, 안전수칙은 잘 지켜지는지 등을 직접 챙긴다. 월 1회 확대간부회의를 현장에서 열고 임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며 격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세세한 일에 모두 간섭하는 건 아니다. 웬만한 일은 책임자에게 모두 맡긴다. 오히려 심심찮게 현장 직원들과 소주에 삼겹살을 안주 삼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격려하는데 신경을 쓰는 편이다. 경 회장은 이처럼 현장중심의 경영이 이뤄지도록 '드릴링 시스템(Drilling System)'이라는 이름을 붙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 구멍만 파는 전문보직제를 뜻한다. 직원들이 다양한 업무를 거친 뒤 전문분야를 찾도록 하는 '순환보직제'와는 정반대되는 개념이다. 경 회장은 모든 직원이 입사한 뒤 한 보직만을 맡아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도록 하고 있다. 효율성은 물론 창조도 결국 전문적인 지식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 회장은 "고급자재를 사용해 비싸게 짓는 것 못지않게 저렴한 자재를 사용하더라도 흠없이 튼튼하게 짓는 것도 품질을 높이는 비법"이라며 "동문아파트는 분양가를 10% 낮췄지만 품질은 10% 높다"고 자부했다. 이 모두가 직원들이 한 우물을 판 전문가들이기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 회장이 조합아파트를 고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조합아파트에는 세금감면과 정부지원 혜택이 있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 회장은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성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에겐 성공은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더 싸고 더 좋은 아파트를 건설하는데 도전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 [ 약력 ] 52년 4월3일 경기도 김포 출생 홍익대 전기공학과 졸업(78년) 중앙대 건설대학원 수료(97년) 한국외환은행 근무(78~80년) 동문건설 창업(84년) 박옥분(45)씨와의 사이에 1남1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