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건설의 부도로 금융권과 건설업체가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총부채가 6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유원건설의 부도는 지난
2월말에 있었던 덕산그룹부도에 버금가는 파장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유원은 그동안 사실상 부도상태에 있었으나 제3자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공사관련어음대급을 대신 지급해주는등
자금을 긴급 수혈해주고 있었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가 "링겔"을 맞으면서 생명을 연장해오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18일 오후 유원이 제일은행과 한마디 상의없이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유원은 "제일은행이 설마 부도를 내지는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
주거래은행 모르게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것이라는게 금융가의 얘기였고
사실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렸다.

최근 중소기업의 부도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중소기업부도방지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데다 오는 6월의 지자체선거를
두달여 앞두고 "제2의 덕산부도"사건이 터질 경우에 따른 부담감으로
정치권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부도를 막아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19일 하루종일 법정관리를 철회하지 않으면
부도를 내겠다는 "압박"을 가했다.

제일은행의 자금지원이 끊긴 유원은 결국 18일 제일은행서소문지점등에
지급제시된 1억1천6백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이날 최종 부도처리됐다
.

제일은행의 법정관리철회요구가 단순한 협박용이 아니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면 부도난 유원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될 것인가.

제일은행은 유원이 경영권 포기를 뜻하는 제3자인수방식을 수용하면
법정관리에 동의해주겠다는 생각이다.

제3자인수방식의 수용여부를 놓고 제일은행과 유원사이에 또 한차례의
실랑이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우선 회사를
살리기위해서라도 법정관리에 들어갈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원이 대책없이 부도날 경우 제일은행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때까지는 통상 6개월
걸린다.

회사의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는 재산보전처분명령을 받기까지도
10일정도 걸리는게 보통이다.

따라서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떨어지기전인 앞으로 약 10일동안 유원의
채권자들이 채권을 확보하려고 몰려들 것이고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앞으로 사태해결의 관건이다.

금융계에선 유원의 채무가 제일은행에 집중되어 있어 금융권은
피해는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유원건설에 대한 금융권의 순여신은 은행권 5천1백61억원,제2금융권
4백86억원등 모두 5천6백47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금융권부채외에 거래기업이나 하청업체등에서 발생한 어음이 3백2억원선에
달하는등 공사대금관련 견질어음을 포함할 경우 총부채가 6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제공한 여신이 대출 1천1백28억원,지급
보증 3천1백90억원등 모두 4천3백18억원.조흥은행의 여신도 4백80억원이
있어 이들 2개은행을 제외한 다른은행이나 제2금융권의 여신은 8백49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제2금융권의 경우 유원의 부도로 별 영향을 받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도 총여신4백80억원중 4백50억원을 담보로 잡아놓고 있어
당장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금융권의 피해는 담보를 5백88어원어치밖에 잡아놓지않는 제일은행으로
만 집중될 전망이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파장은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급순위 33위인 유원의 하청업체가 많고 유원이 짖고있는 아파트입주예정자
들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정부당국자도 "유원의 부도로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영세하청업체들
이나 아파트입주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