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해당 산업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격의료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앱을 이용하는 환자 대부분은 시간에 쫓기는 20~30대 워킹맘·직장인이다. 주로 감기와 피부 두드러기 등 경증일 때 병원을 찾는 대신 원격으로 진단받고 약을 구입하는 식이다. 그러나 국회에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재진일 경우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만 발의돼 있고, 복지부 역시 이를 밀고 있다.

[단독] "원격진료 환자 99%가 초진…'재진만 허용' 法 통과땐 스타트업 다 죽어"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15일 정치권에 전달할 성명서에는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는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며, 청년 스타트업이 대다수인 산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

정부는 지난 2일 비대면 진료 법제화 내용을 담은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6월을 목표로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법(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만큼 복지부 공무원들은 여야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이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 상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련 기업은 발의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국회엔 문재인 정부 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2건, 이번 정부 들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1건이 계류돼 있다. 모두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 즉 재진에 한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의약품 오남용, 원격 진료의 부정확성 등을 이유로 초진 환자까지 범위를 넓히는 데 반대하고 있다. 의사단체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치권도 원격의료 플랫폼업계 요구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음에도 법안 발의에 소극적이다. 이 의원이 지난해 11월 복지부와 손잡고 낸 법안은 전 정부 때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내용과 차이가 없다.

업계에선 여당 소속 복지위 의원들에게 ‘초진 확대’를 담은 추가 발의 의사도 타진해봤지만, 섣불리 나서기를 꺼린다는 후문이다. 한 여당 복지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두고 당론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아무래도 당과 대통령실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데, 의사·약사단체가 민감해하는 법안을 건드리기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굳이 총대 메고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