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 함몰돼 끝없는 싸움", "선거 위해 팬덤 정치"
"국회의원 면책·불체포 특권 없애고 급여수준 낮춰야"
[삶-특집] "정치, 코미디보다 못해요…훌륭한 국민 있어 한국 유지돼"
연합뉴스 [삶] 인터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한국의 정치에 좌절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한국 정치가 코미디 수준도 안 된다고 했고, 전략적 계산으로 팬덤 정치를 하고 있으며 로비에 휘둘린다고 말했다.

진영논리에 매몰된 정치인들이 자기 돈이 아닌 국민 돈으로 정치놀음을 하고 있다는 개탄도 나왔다.

국회의원들의 급여는 근로자 평균임금인 월 350만원이 적당하며,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은 사라져야 한다고도 했다.

[삶-특집] "정치, 코미디보다 못해요…훌륭한 국민 있어 한국 유지돼"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동안 진행한 [삶]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20명이었다.

이들은 인터뷰 순서대로 ▲국민 의사 이시형 ▲전 민노당 대표 권영길 ▲고전 평론가 고미숙 ▲40년 노동운동가 하종강 ▲탁구 감독 현정화 ▲50년 현역 기자 조갑제 ▲스타강사 김미경 ▲탈북 국회의원 태영호 ▲광운대 교수 진중권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 김종인 ▲전 프로골프 선수 박세리 ▲국제구호 전문가 한비야 ▲전 민주당 의원 금태섭 ▲주사파 대부 김영환 ▲시인 정호승 ▲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사 김재련 ▲전태일 열사 여동생 전순옥 ▲영원한 재야 장기표 ▲범죄심리 전문가 이수정 ▲시인 나희덕이다.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본인들 자신도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자신들의 삶이 완전히 기대에 충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회되는 삶은 아니라는 게 그들 자신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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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재야' 장기표(77)는 연간 1억3천만 원에 이르는 국회의원 급여 수준을 크게 낮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장관, 차관의 급여는 근로자 평균 임금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그 금액이 월 35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보좌관 비용까지 포함하면 국회의원 한 명당 연간 7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계산된다"면서 "명절휴가비, 야근 특근비, 택시비, 야식비까지 나라가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표는 "고위 공직이 출세, 돈벌이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되며 국정운영을 맡아서 하는데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고위 공직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주는 각종 특권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뇌물을 받으면 구속되는데, 국회의원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서 "그들에 대한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표는 올바른 정치가 정착하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맹목적으로 정치인을 지지하면 안되고, 편가르기에 편승하거나 비합리적 판단을 하면 안 된다"면서 "지금까지 지지해왔던 것에 대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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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낸 금태섭(55)은 국민이 나은 삶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가 계속 싸움만 하면 공동체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정당이 내부에 대한 자기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태섭은 정치인들이 팬덤에 부응하는 것은 선거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총선 투표율이 일반적으로 50%를 조금 웃돌기에 25% 정도의 유권자를 확보하면 무조건 선거에서 이기는 것으로 정치인들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이런 계산으로 팬덤을 이용한 정치를 하는데, 이는 한국 정치를 망가트리는 행위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한국에 파시즘이 몰아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엉뚱한 정치인이 나타날 수 있고, 국민은 거기에 확 쓸려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진짜 힘들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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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종인(82)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그릇'이 작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회의원 중에서 적어도 몇 사람은 큰 뜻을 갖고, 스스로 설계하면서 자기를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그런데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그 결과, 1987년 헌법 체제가 수립된 이후 35년이 지났는데도 의회에서 지도자감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된 걸로 만족하는 사람이 많으며, 자기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로비에 취약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의회가 규제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면서 "각종 이익집단이 의회에 로비해서 자기에게 편의를 만들면 그게 규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진보와 보수 가치도 제대로 모른 채 자기주장만 되풀이한다고도 했다.

김종인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진보의 정체성이 뭐냐고 물으면 그들은 설명을 못 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수의 가치가 뭐냐고 질문하면 설명을 못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인들 상당수는 일단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자리를 지키는 것 외의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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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노동 주임교수 하종강(68)은 한국의 정치가 지나치게 보수화돼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민주당이 노동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진보정당보다 수위가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내가 여러분이면 노조에 가입하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든든하게 뒤받쳐주기를 바란다면 노조에 가입하라.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까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비참하게 사는 나라가 많았는데, 그런 나라들은 노동자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설에서 "월 스트릿이 미국을 만든 게 아니다.

중산층이 만들었으며 중산층은 노동자들이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하종강은 전했다.

하종강은 "한국에서 이런 발언이 나오면 빨갱이 취급을 당할 것"이라면서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보수화돼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큰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종강은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운동을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적이고 비도덕적 운동처럼 취급한다"면서 "그러나 노조 활동은 자본주의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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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낸 권영길(81)은 민주당을 진보 정당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대표적인 진보정당으로 돼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비극이고 모순"이라면서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라고 했다.

권영길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강령의 차이가 없다"면서 "민주당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중도를 표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태도 때문에 민주당이 진보정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권영길은 사회주의가 국민 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는 사회주의로 인해 삶의 질이 개선되고 발전해왔다"면서 "한국도 사회주의를 지향한 민노당 활동으로 정치, 경제, 사회에 개혁 바람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주5일제, 재벌개혁, 소득 평등 추진도 민노당이 투쟁하고 선도한 결과"라면서 "유럽에서는 좌·우파 정당이 집권하면서 사회주의 정책들이 유지돼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했다.

권영길은 한국의 진보 정당들이 갈라져 있는데, 하나가 되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진보정당이 다시 통합돼 집권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보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서 "통합된 진보정당은 사회주의를 강령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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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 교수 진중권(60)은 국민이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정치인을 심판해야지, 정치인들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의 경우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지, 정말 들어야 할 말은 하지 않는다"면서 "국민들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정치인들에게 바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진중권은 진영논리 때문에 부정부패를 옹호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진영을 만들었는데, 진영을 위해 정의를 희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젊었을 때 수많은 동지와 학우들이 진보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죽었다"면서 "부정부패를 옹호한다면 그것은 그들에 대한 배반"이라고 했다.

진중권은 "상대방이 절대 악이기 때문에 자기들의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생각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은 사회주의 모델은 성공할 수 없고, 북한은 봉건왕조라고 했다.

그는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 무정부주의(자율주의), 녹색당(생태환경주의)이 결합한 시스템이 우리가 지향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진중권은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 몰락 이후에 유학차 독일에 가서 보니 유일하게 작동 가능한 것이 유럽 모델이었다"면서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사회주의 개념이 결합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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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닷컴의 대표 조갑제(77)는 자주국방을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결국 그 의지는 실종되고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서 한국은 아주 비겁한 나라가 됐다"면서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좋은 점은 있는데, 그 부작용으로 한국의 정신을 좀먹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스라엘은 아랍과 싸우면서 지금까지 미군 도움을 한 번도 안 받았다"고 했다.

조갑제는 "이스라엘은 자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순간 자기 나라 사람들이 타락한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는 (진정한) 보수라고 말할 자격이 안 된다"면서 "자위적 핵무장을 하자는 이야기를 이미 10년 전, 20년 전에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단계에서 슬기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핵을 만들겠다고 하면 손에 넣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 쉬운 방법으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미국의 핵 탑재 잠수함 상시 배치 등이 있다"고 했다.

조갑제는 자유민주주의가 정의를 실현하는 적합한 체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진실, 진실에 입각한 정의, 정의가 지켜주는 자유인데, 이 세 가지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자유민주주의"라면서 "사회주의는 이런 게 보장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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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73) 시인은 한국의 정치가 다른 분야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각 분야의 전반적 수준이 올라갔으며, 국민 의식 수준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좋아졌다"면서 "그런데 정치는 낙후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은 국민 이익을 구한다는 핑계로 자기의 집단적 이익만을 추구하기에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정치가 진영논리에 함몰돼서 진실과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진영을 따지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사실인지, 그것을 찾아내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실과 사실과 정의는 하나인데, 이를 외면하는 것은 거짓이고 이기주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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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변호사 김재련(50)은 한국 정치의 수준을 개탄했다.

그는 "한 여성 원로배우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가 코미디보다 못하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이 이렇게 유지되는 것은 국민이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이 원로배우의 말씀이 맞다"라면서 "정치인만 있으면 대한민국이 현재의 수준으로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련은 "정치인들은 그냥 싸운다"면서 "진영논리에 매몰돼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이러하니 국민은 피곤하다"면서 "자기들 돈으로 싸운다면 상관없는데,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정치놀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상대방을 너무 악마화하는 것 같다"면서 "좀 더 평화롭고, 세련되게 정책에 대해 합리적 근거를 갖고 비판하고, 상대방이 의미 있는 주장을 하면 흔쾌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련은 공무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국민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공무원의 역할도 크다"면서 "적어도 공무원은 책임감을 갖고 일하며,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는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삶-특집] "정치, 코미디보다 못해요…훌륭한 국민 있어 한국 유지돼"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69)은 국회의원들의 예산 관련 행태를 질타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평소에는 지역구에 신경을 쓰지 않다가 연말이나 연초에 예산 얼마를 받았다면서 플래카드를 지역에 걸어놓는다"면서 "그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정치를 왜 하는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전순옥은 "내가 존경하는 영국의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는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정화(53) 마사회 탁구감독은 "정치인들이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행태는 바뀔 것 같지 않고 이런 정치가 점점 싫어진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화합해서 잘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59)은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왜 면책을 받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문민정부 시절 이후에는 권력에 대한 저항보다는 횡령죄, 배임죄 같은 것이 많은데, 국회의원들이 이런 범죄의 책임을 면제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삶-특집] "정치, 코미디보다 못해요…훌륭한 국민 있어 한국 유지돼"
한국 정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사람도 있다.

탈북 국회의원 태영호(58)는 북한과 비교하면 한국의 정치는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한국의 정치가 실종됐고 양극화됐다고 지적한다"면서 "자유로운 토론이나 경쟁 선거 시스템에서 살지 않았던 나로서는 남한에서 보수와 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면서 "동북아시아에서 대한민국만큼 정치가 공개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