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 때문에 이메일 삭제한 것 아냐"…감사 방해 혐의 부인
월성원전 자료삭제 지시 국장 "불필요한 자료 정리 차원"
월성 원전 자료 삭제를 지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이 20일 공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하라고 한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대전지법 제11형사부(박헌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 피고인 신문에서 공용전자기록등손상등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는 "감사원이 포렌식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포렌식 때문에 이메일이나 자료를 삭제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감사에 대비해 주요 자료가 누락되지 않게 잘 챙기는 데 중점을 뒀고, 불법적으로 감사 대상 자료를 삭제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불필요하고 헷갈리는 자료는 삭제해서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는 게 통상적인 방식이었던 만큼, 보고서로 작성됐으나 실행 안 된 자료나 아이디어 수준 초안 자료를 정리하라는 뜻"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A씨의 지시를 받아 감사원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2월 PC에서 월성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사무관 B씨에 대해서는 "휴일 심야 시간대에 자료 삭제 작업을 수행한 것은 지시를 현저히 넘어선 것이며, 중간본에서 최종본까지 대량으로 삭제한 것 역시 지시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B씨는 감사원 감사 전 C 과장으로부터 이메일과 휴대전화에 있는 월성원전 자료를 모두 삭제하라고 들었으며, 주중에는 사람이 있으니 주말에 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받았다고 하는데 B씨에게 A 국장과 C 과장을 무고할 만한 동기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도 이벤트가 워낙 많다 보니 시기에 혼선이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저도 기억이 안 나서 몰랐지만, 타임라인을 살펴보니 셋이 실제로 만난 것은 자료 삭제 작업이 끝난 이후인 12월 말"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감사원이 디지털 포렌식을 실행키로 예정한 다음 날 A 국장이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과 관련, 사전에 포렌식 작업이 있을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A 국장은 "친한 친구가 휴대전화 기기를 선물해줬고, 갖고 있던 게 오래돼서 바꿨다"고 해명했다.

다음 공판은 내달 24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