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등으로 화물 대란이 예고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유류세 법정 최대 인하 폭을 현행 30%에서 50%대로 확대하는 방안이 등장했다. 여야 모두 이 같은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나아가 정유사들의 초과 이익을 제한하고 이들에 기금 출연을 강요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물가특위)는 21일 국회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유류세 법정 최대 인하 폭을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물가특위는 이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적용 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돼지고기 할당관세 적용 물량을 두 배로 확대하는 법안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여당의 이 같은 입법은 정부의 물가 억제 대책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오는 7월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허용된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유류세 인하만으로는 물가 억제 효과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유업계의 이익을 직접 환수하는 방식으로 휘발유 가격을 L당 200원 이상 끌어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내 4대 정유사(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4조7668억원에 달한다”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유류세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업 이익을 억제하는 민주당의 방안은 과도하다고 우려했다. 국제 유가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정유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면 1분기의 호실적은 일회성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내 4대 정유사는 2020년에는 5조3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높은 이익을 올린 1분기와 달리 2분기에는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도 야당의 기업 규제책을 향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정유사 가운데 상장사인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1조144억원, 8252억원으로 1분기 대비 38.48%, 38.04% 감소할 전망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2020년 발생한 손실에서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금 출연이 얼마나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