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대통령 비서실장에 장성민 특보 유력
윤석열 정부 내각 인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대통령 참모 인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새로운 인물을 찾아보라”며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을 고심하고 있어서다. 당선인 측근들은 최근 들어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자’로 불리는 장성민 당선인 정무특보(사진)를 적임자로 추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당초 비서실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권영세·장제원·이철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한다.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 참모들은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겸직할 수 없어서다. 윤 당선인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의원 한명 한명이 아쉽다”며 “새로운 인물을 찾아보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의 인사 기준으로 ‘통합·능력·협치’ 등 세 가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팀은 이런 기준에 더해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선에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여론도 주목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급 이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주요 인사들이 기존에 잘 알려진 관료와 기성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부상하고 있는 비서실장 후보가 장 특보로 전해졌다. 장 특보는 민주당 출신이지만 지난해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대선 경선에서 패하자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무비서로 정치인생을 시작, ‘DJ의 적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15대 대선 직전 김 전 대통령을 설득해 정계복귀를 이끌어내고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만들어 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로 인해 30대 나이에 DJ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하면서 국정 운영 전반을 익혔다. 16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후 한 종편 채널에서 ‘장성민의 시사탱크’라는 방송프로그램도 진행, 대언론 관계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특보 임명 당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이 장성민 특보에 쓴소리를 요청해 대통령 선거기간에도 가감없는 조언을 듣고 소통했다”며 “쓴소리 특보로 부르셔도 좋을 듯 하다”고 했다.

다만 당내 입지가 좁아 대여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런 단점 때문에 기존 윤석열 측근들이 장 특보의 중용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측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장 특보가 당선인과 보내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며 “적지 않은 윤 당선인 측근들이 초대 비서실장 후보로 장 특보를 추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원희룡 위원장도 당선인과 호흡이 잘 맞아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된다. 당내 경선에 패배한 후 선거대책본부에서 정책을 총괄, 새 정부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여 관계에 큰 장점이 없고, ‘기성 정치인’으로 참신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석훈 당선인 정책 특보도 비서실장 후보로 인사 검증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당시 후보 비서실에서 정책과 메시지를 총괄하면서 ‘Y노믹스’(윤석열 경제정책)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19대 국회 경험이 있어 정무 감각도 갖췄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수석비서관도 지내 ‘경제통’ 비서실장 후보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안철수 당 대표와 약속한 공동정부를 상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비례대표 의원이기 때문에 사퇴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의원직을 넘겨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캠프 멤버들과 소통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많다. 대통령 참모로 기용되지 않더라도 내각에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선인 인사팀은 이 밖에도 관료와 기업인 그룹에서도 비서실장 후보를 찾고 있다고 한다. 관직과 기업을 동시에 경험한 인사들이 우선 검토 대상이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추천을 받은 상당 수 인사들이 “정권이 바뀌면 정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