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창당 자민당 60년 이상 집권…파벌 정치 뿌리 깊어
주요 파벌이 선택한 총리, 당·각료 인사서 논공행상 인사
집권당 국회의원이 뽑는 일본 총리, 파벌 구도에 얽매여
일본의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된다.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 등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나라에선 유권자의 직접 투표가 아니라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에 의해 총리가 결정된다.

총선에서 승리한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고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민주주의 제도 중 하나다.

다만,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민주주의 국가 중 일본과 같이 한 정당이 오랜 기간 집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955년에 창당된 자민당이 60년 이상 집권하면서 일본 특유의 파벌 정치가 뿌리 내리게 됐다.

파벌의 역학 구도에 따라 선택된 일본 총리는 자신을 지지해준 파벌을 배려하는 '논공행상 인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100대 일본 총리로 취임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총재도 자민당 간부 및 각료 인사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파벌을 배려했다.

◇ 기시다, 임시국회서 100대 총리로 선출
기시다 총재는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100대 총리로 선출된다.

일본 총리는 하원인 중의원과 상원인 참의원에서 국회의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선출된 총리가 다르고 양원 협의회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중의원 지명이 우선이다.

중의원은 전체 465석 중 과반을 크게 웃도는 275석(무소속회 포함 65.4%)을 자민·공명당 연립 여당이 차지하고 있다.

참의원도 자민·공당당 의석이 전체(245석)의 과반인 139석(56.7%)이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연립 여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어 기시다 총재는 무난히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집권당 국회의원이 뽑는 일본 총리, 파벌 구도에 얽매여
◇ 집권 자민당 총재 당선으로 차기 총리 예약
기시다의 총리 취임은 지난달 29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로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기시다는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자민당 5위 파벌인 기시다(岸田)파(46명·이하 소속 국회의원 수)는 물론,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96명), 2위 파벌인 아소(麻生)파(53명), 3위 파벌인 다케시타(竹下)파(51명)의 고른 지지로 자민당 총재가 됐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1차 투표에선 국회의원 표와 당원·당우 표가 동수이나 상위 1·2위가 남는 결선 투표에선 국회의원 표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당선을 위해선 당내 주요 파벌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셈이다.

◇ 당선 도운 파벌에 '논공행상 인사'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는 지난 1일 자민당 간부 인사에 이어 이날 발표 예정인 각료 인사에서도 자신의 당선을 도운 주요 파벌을 배려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실질적인 지주인 호소다파와 아베의 정치적 맹우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가 수장인 아소파 소속 의원들의 발탁이 두드러진다.

이 밖에 다케시타파와 4위 파벌인 니카이(二階)파(47명) 소속 의원들도 등용해 주요 파벌에 자리를 배분하는 일본 특유의 인사 방식도 이어갔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자 중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후보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지난달 23∼25일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6%가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로 고노를 지목했고 기시다는 17%에 그쳤다.

국회의원 중심의 자민당 총재 선거 방식으로 인해 민심과 다소 동떨어진 후보가 차기 총리로 낙점을 받은 셈이다.

집권당 국회의원이 뽑는 일본 총리, 파벌 구도에 얽매여
◇ 고노 아닌 기시다 선택은 내달 총선 승리 자신감?
10월 21일 임기 만료인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둔 상황에서도 자민당 주요 파벌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기시다를 '선거의 얼굴'로 내세워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내각 지지율이 바닥일 때는 차기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지만,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등의 영향으로 자민당 지지율이 상승해 이런 위기감이 사라진 셈이다.

실제 1955년 창단된 자민당이 야당에 정권을 내준 적은 1993년과 2009년 단 두 번밖에 없다.

약 5년 동안의 예외적인 기간을 제외하고 자민당은 창당 후 60년 이상 집권당 지위를 유지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자민당은 과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민당 지지율은 30~40%대이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대체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