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조부(祖父) 묘역을 파헤치고 인분과 식칼, 부적 등을 놓아두는 저주성 테러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문중에서) 현장 사진을 찍었지만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럽다"며 "관련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상황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테러의 흔적은 인근에 거주하며 주기적으로 묘를 관리해온 윤 전 총장 친척이 지난 16일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 봉분 위에 인분과 계란 껍데기 등 음식 찌꺼기를 올려놨고, 봉분 앞에는 작은 구덩이를 판 뒤 식칼과 부적,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1m 안팎의 머리카락 한 뭉치 등을 넣고는 다시 덮어둔 흔적이었다. 비슷한 테러 행위는 지난 4월에도 있었다고 한다.윤 전 총장 집안은 전북 완주, 충남 공주·논산에 산재해 있던 조상묘를 10여 년 전 한꺼번에 세종시로 이장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윤 전 총장 조상묘 자리가 대권에 유리한 위치라는 풍수가들의 분석이 나오자 이를 경계한 여권 지지자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윤 전 총장을 상대로 한 주술적 행위 논란은 2년 전에도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2019년 9월경 친문(親文) 성향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이른바 '윤석열 저주 인형 사진'을 일제히 올리는 방식으로 항의한 바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이 최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초 사퇴한 뒤 국내 주요 산업의 연구개발(R&D) 현장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19일 서울대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정덕균 석좌교수와 반도체연구소장인 이종호 교수 안내로 세 시간가량 시설을 견학했다. 동행한 사람은 없었다.윤 전 총장은 연구소를 둘러보는 동안 연구진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실리콘 웨이퍼와 기판은 어떻게 다른가” “포토레지스터에서 레지스터는 무슨 뜻인가” 등 반도체 생산 기술과 관련한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윤 전 총장은 방진복을 착용하고 연구소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인 팹(Fab)도 돌아봤다.이 교수는 “방진복을 입고 벗는 절차가 굉장히 번거로워 통상 VIP 투어에선 ‘팹 투어’를 대부분 생략한다”며 “반도체 생산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고 이해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연구소 방문 전 반도체 전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왔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덧붙였다.윤 전 총장은 반도체 연구 인력 양성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앞으로 필요한 정책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연구실에 있던 웨이퍼를 가리키며 “이것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들어 보인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고 연구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만남에서 경제계가 요구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얘기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 그룹이 21일 출범한다.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상식)’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1일 공정과상식 창립식을 연다”고 밝혔다. 공정과상식 공동대표를 맡은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는 “무너진 공정과 상식, 법치시스템을 바로 세워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이 모임을 조직하게 됐다”고 말했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수행원 없이 홀로 연구소를 방문해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와 연구소장인 이종호 교수의 안내로 4시간 가량 시설을 견학했다.그는 연구소를 둘러보며 '실리콘 웨이퍼와 기판의 차이점’, ‘포토레지스터에서 레지스터의 뜻' 등을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사퇴 후 칩거 중인 윤 전 총장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비공개로 교류 중이다. 앞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에 이어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등을 차례로 만나 노동, 외교·안보, 경제 분야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그룹이 등장하기도 했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포럼에는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지낸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를 포함해 김종욱 전 한국체대 총장, 박상진 국악학원 이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등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이 단체는 오는 21일 출범을 기념해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윤 전 총장의 석사 논문을 지도했던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축하 강연에 나서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기조 발제를 맡는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