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부인의 고가 도자기 대량 밀수 의혹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자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청문회 과정과 별도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렸지만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모두 저의 불찰"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해수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저를 지명해주신 대통령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끝까지 기원하겠다. 저를 지지해 주시고 격려해주신 해양수산부 가족들과 국민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장관 후보자 낙마를 요구하는 야당을 비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부분은 제쳐두고 오직 흠결만 놓고 따진다. 무안주기식 청문회다. 이런 청문회 제도로는 좋은 인재 발탁이 어렵다. 저는 이제 인사할 일이 별로 없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인 11일 야당이 '부적격'으로 판단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다시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세 사람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박준영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은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진 탓으로 분석된다.

전날(12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야당이 부적격 판정한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중 최소한 1명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선모임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최소한 1명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강력히 권고할 것을 당 지도부에 요구하기로 했다"면서 "보고서 채택은 어떤 형태로든 돼야 한다. 국민의 요구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한 명 이상의 공간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리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정권자의 권한을 존중해 부적격 대상자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은 박준영 후보자 자진사퇴에 대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진즉에 했어야 할 사퇴이고, 또 사퇴 이전에 청와대는 부적격 후보자를 국민 앞에 내어놓지 말았어야 했다"며 "지명 이후 한 달 가까이 국민들께 상처와 혼란을 준 청와대는 사과해야 할 것이다. 임혜숙, 노형욱 후보자의 부적절한 행위는 박 후보자의 것보다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 나머지 후보자들도 국민 앞에 최소한의 염치를 가지고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청와대는 박준영 후보가 자진사퇴한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이 국회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박준영 후보자가 청와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 사퇴를 계기로 (남은 후보들에 대한)청문 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다음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사퇴 입장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입니다.

그동안 저와 관련하여 제기된 논란들, 특히 영국대사관 근무 후 가져온 그릇 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하여는 청문회 과정을 통하여, 또한 별도의 입장문을 통하여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렸고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도 성실하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런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그에 대하여는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짐을 내려놓고자 합니다.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인 대통령님과 해양수산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정과제에 영향을 주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지명해주신 대통령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끝까지 기원하겠습니다. 또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격려해주신 해양수산부 가족들과 국민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