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외교·국방 장관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이른바 ‘2+2 회담’이 5년 만에 부활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 국무·국방 장관이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對中) 강경 노선을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 공조의 틀을 복원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오는 17일 방한해 다음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제5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갖는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오는 15~17일 일본 방문 직후 각각 1박2일, 2박3일 간 한국에 머무른다. 외교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장관급 대표단의 첫 방한”이라며 “한반도 문제·지역·글로벌 협력에 대한 양국간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고, 한미 동맹을 한층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2+2 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5년만이다. 회담은 2016년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이후 5년간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 호주와는 2+2회담을 개최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비롯해 북한 비핵화 해법을 둔 이견으로 인한 한국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양자 회담도 2+2회담에 앞서 개최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오는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미 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글로벌 협력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도 이날 서 장관이 오스틴 장관과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출범 직후 한·미 2+2 회담을 성사시키며 동맹 복원의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새 행정부 출범 후 두 장관이 해외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상위 한·미 관계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말했다.미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해 반중(反中) 전선 참여를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 외교·국방 수장이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택하고 양국에서 2+2 회담을 갖는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표 반중 전선으로 삼고 있는 쿼드(Quad·4개국 안보협의체)가 오는 12일 첫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참여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투명성, 개방성, 포용성,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떠한 지역 협력체와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새 외교 사령탑에 오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9일 취임사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정책 구상의 근간인 ‘톱다운’ 방식의 대북 접촉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정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어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외교가 요구되는 시점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에 대해 “우리 외교의 근간”이라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일인 지난달 20일 새 외교부 장관에 지명됐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미국 새 행정부와의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해 이뤄진 장관 교체라는 분석이 나왔다.한·미 간 조율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정 장관은 이날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업무가 파악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회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 경우 미·북 대화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정 장관은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새로 출범한 미국 행정부와 조율된 전략을 바탕으로 북·미 대화의 조기 재개를 통한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식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이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일 정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본다”고 한 발언에 대해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확산 의지가 국제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다소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특정 언급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는 미국이 밝혀온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말했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의지’라는 단어까지 사용한 것을 두고 정 장관의 견해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정 장관은 이날 반중(反中) 전선 ‘쿼드(Quad)’ 참여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지역협력체와도 적극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협력체가 투명하고 개방적·포용적이고 또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쿼드 참여에 부정적이던 정부의 기존 방침에 비해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 주장에 대해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받아쳤다."외교활동, 멋대로 해석 말라…日 두둔 주장에 경악"정세균 총리는 4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어느 정상과 통화를 하든 외교활동을 함에 있어서 국가적인 이익을 앞세워서 하는 것이다. 어떻게 매사를 그렇게 해석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먼저 통화하고 나서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정상이 어느 나라 정상과 통화하는데 눈치를 볼 일은 없다"고 대응했다.아울러 정세균 총리는 "전통적으로 대한민국은 미국과 정상뿐만 아니라 외교, 국방 등 전체적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동맹국으로서 같이 협의도 하고 합의도 이루면서 함께해 나가는, 전통적인 우호 관계 차원을 넘어서는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런 관계는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지만 일방적인 것이 돼서는 안 되고 호혜적인 것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이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굴종 외교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취해야 할 마땅한 태도를 취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협력해야 할 현안 문제는 과거사와 별개로 투트랙 전략으로 협력 관계를 복원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정세균 총리는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본이 우리에게 잘못한 것은 거론하지 않고 두둔하는 말만 하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