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PK)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당하면서 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당 지도부의 ‘PK 홀대론’에 부산시장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가 겹치자 민심이 국민의힘을 떠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발표한 국민의힘 PK지역 지지율(18~20일 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은 29.9%로 민주당(34.5%)에 뒤졌다. 한 주 전 조사에서 국민의힘(40.7%)이 민주당(24.7%)을 16%포인트 격차로 이기고 있던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9.8%포인트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10.8%포인트 떨어졌다. 한길리서치가 폴리뉴스와 KNA 의뢰로 부산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17~18일 조사)에서도 국민의힘(28.6%)은 민주당(30.2%)에 밀렸다.

국민의힘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여론조사는 그동안 우리 당의 앞선 지지율이 실력으로 획득한 게 아니라 반사효과였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당 지도부가 이 결과를 일시적인 것으로 무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어려운 싸움으로 여겨진 서울시장 선거에 당 지도부가 총력을 집중하면서 부산시장 선거엔 소홀했던 게 민심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덕도 신공항 조기 착공 카드를 내밀며 부산을 찾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와 비교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관련 메시지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호남 친화 정당’을 표방하며 상대적으로 PK지역이 홀대받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부산 사상이 지역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선거엔 전폭적인 정책 지원을 하는 중앙당이 부산 선거엔 무관심을 넘어 손을 놓고 있는 느낌을 준다”며 “찬밥 신세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선거전이 조기 과열되면서 야당 후보 간 나타난 이전투구 모양새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요즘 현장을 다니면 ‘남들 욕 좀 하지 마소’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에 투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5.7%포인트 오른 43.6%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52.6%로 5.0%포인트 내렸다.

다만 양자대결에선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민주당 1위 후보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한길리서치 조사에선 박 교수가 43.1%의 지지율로 김 전 장관(26.7%)을 눌렀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박 전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의힘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선 모두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종인 위원장은 다음달 설 연휴 전에 부산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이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부산 지역에) 당연히 신경 쓴다. 선거라는 건 노력해서 이기려고 애를 써야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