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기업 우려 반영" 한다더니
되레 공정거래법 규제 대폭 강화

퇴직자도 노조 임원 선출 등
親노조 법안까지 쏟아내

野와 협상서 고지 선점 노려
상법 '3% 룰' 완화는 고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민주당 법제사법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ng.com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민주당 법제사법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ng.com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반(反)기업 성향이 강화된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계를 찾아가 “경영계 우려를 듣고 법률안을 보완하겠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이런 행보를 보수 성향 야당 의원과의 협상 레버리지로 보고 있다. 정부 원안에 가깝게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규제 강화 상법·공정거래법 발의
정부안보다 더 센 '규제 3법' 내놓는 與

8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지난 6일 대표 발의했다. 등기이사 선임 시 의결권 전부를 후보 1인에게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공격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로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서 제외된 내용이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도 기업이 다양한 제도를 선택할 길을 열어놓자는 취지로 정부안에서 빠졌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 법안은 2016년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의했던 상법 개정안의 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며 “정부안과 비교하면 반기업 성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안보다 규제가 강화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나왔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5일 발의한 공정거래법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기존 정부안에 과징금 체납자의 금융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ILO 비준 관련 노동법 ‘우후죽순’
민주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 관련 법안도 잇달아 발의했다. 정부의 노동 관련법 개정안보다 노조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호영 의원이 7일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퇴직자가 노조 임원으로 선출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정부안이 개별 기업 노조의 임원과 대의원 등 간부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 선출하도록 한 것과 대조된다. 사업장 시설을 점거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도 삭제했다. 윤미향 의원이 최근 제출한 교원노조법은 교원노조법의 적용 범위를 교원으로 임용돼 근무했던 사람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원노조 전임자 선임을 임용권자의 허가가 아니라 동의 사항으로 바꿔 노조 전임자 발령을 더 쉽게 했다.
與 3% 룰 고심…협상 폭 크지 않을 듯
정치권은 민주당이 내놓는 반기업·친(親)노조 성향 법안들이 기업규제 3법의 국회 심의를 앞둔 여당의 대(對)야당 협상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정도만 양보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가 “경제계 목소리를 듣겠다”고 한 발언은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기업 의견을 듣겠다고 한 것은 법률안 논의의 기본 원칙일 뿐”이라며 “법안 심의 과정에선 법안을 낸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기업규제 3법 통과를 수차례 공언, 경영계 의견이 반영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기적으로 지금 법안을 처리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여권의 상황인식이 어떤지 묻고 싶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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