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사진=뉴스1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사진=뉴스1
여권 원로 정치인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당정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 꼽으며 맹비판했다.

유인태 전 총장은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추미애 장관에게 아들 휴가 특혜 문제를 질의했는데, 사실대로 답변하면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그런데 거기에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고 하면 어떡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원을 5선이나 했고 당 대표까지 했다는 사람이 '소설 쓰신다'고 하는 걸 보고 나도 기가 찼다"며 "나중에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사과할 기회까지 줬는데도 추 장관은 할 말 없다고 하더라"고 재차 추 장관을 비판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애초에 법무장관은 합리적인 검찰 출신을 앉히는 게 좋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대통령이 방치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서 '시끄럽지 않게 수습을 하라'고 지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인태 전 총장은 "이번 검찰 인사에서도 추미애 장관이 아주 고압적 자세를 보여 정권에 큰 부담을 줬다"면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을 청와대가 손 놓고 있으니 시중에서 '대통령은 뭐 하는 거냐'는 말이 나오지 않겠나. 임명권자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내용을 발표한 7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법무부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내용을 발표한 7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추미애 장관 외 당정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 말대로 부동산 대책이 안 먹히는 게 큰 원인일 텐데, 개인적으로는 국회 원구성이 너무 여당 독점이었던 것도 문제였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여당이 조금 양보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미래통합당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타협할 생각도 있었다는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여당이 다 먹게 놔두라'고 했다더라. 여당이 독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야당에 유리하다고 계산한 것인데, 상대가 그런 전략으로 나오면 여당은 그걸 피하려고 해야지 '얼씨구나' 하고 다 받아먹으면 어쩌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여당에 '독주 프레임'을 씌우려고 한 전략이면 민주당은 더 인내하고 양보하면 되는 것인데, '쪼다'들이 후반기 위원장 하나 양보를 못 해서…"라며 "국민들에겐 오만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인태 전 총장은 "말 한 마디만 잘못하면 소위 '문빠'들한테 문자폭탄이 날아오는데, 열혈 지지층한테만 끌려다니면 당의 미래가 없다"며 "통합당도 황교안 대표가 '태극기'에 끌려다니다가 총선 결과가 저렇게 된 것 아니냐. 이쪽이고 저쪽이고 너무 열혈 지지층의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불안한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